Page 9 - 전남여자중·고등학교 서울동창회 정기총회 2025. 5. 15 군인공제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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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여자중 · 고등학교 서울동창회 창립57주년



                           자랑스러운 동문상을 수상하며  양숙정(38회)





















                   제가 가장 아끼는 싯귀 중 하나로 감사한 마음을 엽니다.


                   (박노해의 ‘그 겨울의 시’ 중에서)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아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 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의 노루와 토끼들은 굶어 죽지 않을랑가.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 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 중략 -


                   이렇게 아름다운 정서를 품으며 살아오셨던 이 땅의 할머니들께 우선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기 대표로 수고
                   하는 친구가 서울 동창회 임원 회의에 가는 길, 빈손으로 보내기 아쉬워 들려 보낸 저의 이력이 뜻밖에도 자랑스러운
                   동문상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 한없이 부끄러우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앞섰습니다. 중앙에서, 지역에서, 각자
                   의 자리에서 묵묵히 헌신하며 귀한 삶을 살아오신 많은 동문들의 대열에 제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송구스럽고도
                   영광스럽습니다. 오래도록 더 잘하라는 격려로 새기겠습니다.

                   뭐든지 만들어 먹이기 좋아하고, 나누기 좋아하는 전라도 아짐씨가 이제는 앞선 시인의 할머니처럼, 1인 가구 증가
                   와 급속한 노령화로 외로운 노년세대 급증을 걱정하고 기후 변화로 인한 밥상 물가를 염려하는 온통 걱정투성이 할
                   머니가 되어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먹이고 나누는 마음은 내 고향 남도의 독특한 DNA이기에 특별한 노력 없이도, 품
                   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레 어려서부터 체화된 우리들의 습관이기도 합니다.


                   따뜻하고 안온했던 고향 광주를 떠나 낯선 곳에 자리 잡고 살아온 시간들! 그 과정에서 이주민으로서의 스트레스와
                   어려움을 겪으며 소외된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마음을 키웠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날로 심화되는 양극
                   화는 우리들이 좀 더 거들고 나누어야 할 이웃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다음 세대들의 출발선은 되도록 같은 지점에
                   서 시작할 수 있도록 마음을 모으는 것이 우리 세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동문님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일에 저도 오래도록 동행하겠습니다.


                   약력 : 전남여자중·고등학교 졸업,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사)빚진자들의집 이사장, 난치병아동돕기 운동본부 이사, 안양시 공유냉장고 네트워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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