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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it 1 The Moai

<호츠 마츠아에서 장이족, 단이족까지>

이스터 섬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선조는 서기 450년경 폴리네시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었다. 문화적
으로 유사한 면이 많고, 또 거리상으로도 남아메리카 대륙보다 훨씬 가깝기 때문에 이런 추측이 가능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1994년에 이스터 섬에서 발견된 인골을 유전자 감식을 통해 조사한 결과,
폴리네시아인의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당시 이스터 섬에는 야자나무가 자라고 있었으며, 바나나와
사탕수수 같은 작물들을 폴리네시아에서 들여와 재배했던 것 같다. 점차 인간 생활에 적합한 환경으
로 변해갔던 것이다. 또 조사를 통해 흙 속에서 탄화한 수목층이 발견되기도 했다. 이런 사실을 통해,
섬에는 오래 전부터 나무들이 무성했으며, 사람들은 화전농업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구전에 따르면 이스터 섬에 최초로 도착한 사람은 호츠 마츠아라는 왕이 이끄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적도 부근에 있었다는 히바 군도의 한 섬에서 살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전쟁에서 진데다
자연 재해를 비롯한 여러 재난이 몰려오자 섬을 탈출해서 이스터 섬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이 섬에 들어오게 된 것은, 꿈 속에 마케마케 신 1)이 나타나 그들을 이스터 섬으로 인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꿈에서 신이 일러준 대로 이스터 섬에 도착한 그들은 야위어 홀쭉한 몸에다 황색
피부와 기다란 귀를 가진 종족을 만났다. 그후 이 선주민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다시 새로운 종족들이 나타났다. 아네아 모츠아라는 지도자를 따르는
이들은 어깨에 닿을 만큼 귓불을 길게 늘어뜨린 기괴한 용모를 가지고 있었는데, 독특한 신체적
특징으로 장이족(長耳族)이라 불리게 되었다. 이 장이족은 선주민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새로운
종족이었다.

장이족은 먼저 섬에 들어온 호츠 마츠아의 자손들인 단이족(短耳族)을 지배하면서 모아이 상을 만들
도록 했다. 모아이 상의 귀가 긴 것도 바로 장이족의 모습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모아이 상
의 제작은 1000년경부터 이루어졌다. 이후 600년 동안 모아이 상은 계속 제작되었다. 그렇다면 무
슨 이유로 모아이 상을 만들었던 것일까?

17세기에 이 섬을 방문했던 제임스 쿡 제독은 섬 주민들에게 모아이 상 하나하나마다 각기 다른 이름
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름들에는 주로 수장이나 왕을 뜻하는 '아리키'라는
단어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또 구전에는 왕이 죽으면 그 상을 세워 죽은 왕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
야기도 있다. 이런 사실들을 통해 모아이 상은 죽은 왕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설이 지금까지는
유력하다. 부족의 수장은 신의 자손이며, 유력한 부족의 수장인만큼 그만큼 지위도 높아서 그에 걸맞
은 제사를 지냈다고 한다. 즉, 조상숭배의 일종인 것이다. 폴리네시아 문화권에서는 그런 독특한 개념
이 있는데, 이스터 섬도 그런 예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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