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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러스독서클럽




























             러시아로 돌아와 첫 시집『구름 속의 쌍둥이』를 발표하여 문단에 나왔               20세기 들어 최대 사건인 러시아혁명을 배경으로 주인공 이름을 ‘생
             다. 문학은 그가 세 번째로 선택한 분야였으며 아방가르드 계열 문학               명’(жизнь)을 뜻하는 지바고(Живаго)로 부르면서 진정한 생명력
             그룹인 ‘센트리푸가’(원심 분리기)에서 활동했으며, 세상을 떠날 때까              에 대한 의미를 작품에 담고자 했다.
             지 문학인으로 살았다. 1958년 스웨덴의 한림원에서는 그의 장편 소              러시아혁명은 러시아인들에게 피해 갈 수 없는 혼란의 소용돌이
             설 『의사 지바고』를 노벨 문학상 수상 작품으로 결정하였으나 러시아               속에 휩쓸려 들어가게 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차
             혁명을 비판한 내용이 들어있다며 소련 정부와 작가 동맹으로부터 압                르(러시아 황제, 독일 황제는 카이저,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력을 받게 된다. 이에 파스테르나크는 당시 후르시초프 서기장에게                 1894~1917)의 절대왕정과 레닌의 공산주의, 백군파와 적군파, 우
             “조국을 떠나는 것은 나에게 죽는 것과 같으니 선처를 바란다”는 탄원              파와 좌파, 귀족과 평민, 지주와 노동자 사이의 전쟁이었으나 혁명은                                 서 소련작가동맹주최로 세계 각국 작가, 비평가, 예술인들이 대거                 사인 코마로프스키는 그 대가로 나약한 기샤르 부인을 농락한다. 그
             서를 보내고 노벨상을 거부하게 된다. 그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혁명               두 계층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까지도 파괴했기 때문이다.                                     참여한 파스테르나크 탄생 100주년 기념축제가 열렸다. 유네스코                 가 주기적으로 기샤르 부인 집에 들락거리던 그해 7월 중순 어느 일
             후에도 혁명이 가져온 새로운 세상과 사상의 가능성을 믿어 러시아를                                                                                      (UNESCO)는 참을 수 없는 압력과 추방에 대한 고통, 소련 당국의             요일, 침대 속에서 휴일의 편안함을 누리던 라라는 몸이 아픈 어머니
                                                                 이 작품은 1965년 미국 MGM사(社)에 의해 영화화되어 크게 성공
             떠나지 않았다.                                                                                                                  질시와 박해 속에서  엄청난 시련을 겪으면서도 인간의 자유와 존엄                대신 코마로프스키와 함께 그가 초대받은 파티에 동행했다. 그런데
                                                                 을 거두었다.
                                                                                                                                       에 대한 가치를 끝까지 믿고 스탈린의 사회주의 리얼리즘에 완강히                 거기서 코마로프스키는 파렴치하게도 라라마저 범하고 만다. 이때
             소설 『닥터 지바고』                                         파스테르나크 명예는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사회                                     저항했던 위대한 예술가 탄생을 기리기 위해 1990년을 ‘파스테르나               라라는 쾌활하고 청순한 열여섯 살 소녀였다. 코마로프스키에게 몸
                                                                                                                                       크의 해’로 선포했다.                                        을 뺏기게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육체관계를 원하던 코마로프스키
                                                                 의 개방성과 비판성제고」를 표방하면서 주창한 페레스트로이카
             파스테르나크의 유일한 장편소설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닥터
                                                                 (perestroika, 개혁)정책에 의해(넘치는 자유물결과 탈관제문학) 작                                                                                를 저격하나 실패했던 여자였다.
             지바고』는 파란만장한 삶을 웅장한 스케일로 그린 장편소설로 1901                                                                                     『닥터 지바고』 줄거리
                                                                 가 동맹의 제명 처분이 취소되면서 회복된다. 이후 1989년 『닥터 지
             년부터 1953년까지 일어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파스테르나크는                                                                                                                                           라라는 세상은 규칙과 질서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믿으며 혁명을 꿈
                                                                 바고』는 소련에서 정식으로 출간 된다. 1990년에는 볼쇼이극장에
                                                                                                                                       유리 지바고는 시베리아 지방 부유한 사업가 가정에서 태어났으나                  꾸는 청년 파벨 안치포프와 결혼했으나 파벨은 라라를 놔두고 전장
                                                                                                                                       아버지가 일찍 죽고 난 뒤 열살때 어머니마저 병으로 잃는다. 고아가               으로 향한다. 라라는 파벨을 찾고자 간호사로 자원하여 병원에서 근
                                                                                                                                       된 지바고는 모스크바 상류 가정인 그로메코 집에 입양된다. 이 시기               무하게 된다. 병원에서 근무하던 중 지바고와 라라의 만남은 숙명적
                                                                                                                                       는 러시아혁명이 일어나던 격동기로 철도 노동자파업이 확대되었으                  인 사랑을 하게 만든다.
                                                                                                                                       며, 1905년 모스크바에서는 무장 세력에 의해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등 무질서한 상황으로 치달을 때였다.
                                                                                                                                       지바고는 의학을 공부한 뒤 어린 시절 소꿉친구인 그로메크의 딸 토
                                                                                                                                       냐와 결혼하게 되지만 제1차 대전이 일어나자 군의관으로 종군하게
                                                                                                                                       된다. 야전병원으로 배치되어 일하던 중 간호사로 일하던 라라를 만
                                                                                                                                       나게 된다.

                                                                                                                                       라라의 어머니 기샤르 부인은 남편을 잃고 1904년에 우랄 지방에
                                                                                                                                       서 모스크바로 아들 로지온과 딸 라라를 데리고 이주한다. 부인은 남
                                                                                                                                       편의 친구였던 코마로프스키에게 의존하며, 생계를 위해 남은 재산
                                                                                                                                       을 털어 작은 양장점을 인수하여 운영했다. 냉혹한 사업가이자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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