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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발, 첫 걸음
첫 만남, 첫 사랑, 첫 키스, 첫 경험이란 단어처럼 앞에 ‘첫’ 이란 말이 붙는 순간 그 단어에는 알 수 없는 기대와 설렘이 느껴진다. 그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혼란과 불안이 뒤죽박죽 섞인 감 정또한교차한다.피노키오형상의조형물‘희망을가진소년Boy with Hope, Walking Forward ’이나에게 그런 느낌으로 걸어왔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던 2013년 어느 봄날
무언가 새로운 것이 시작될 것 같은 계절, 봄과 시작, 그 시작에 딱 어울리는 9m 높이의 거대한 조형물이 경남정보대 센텀산학캠퍼스 앞 광장에 들어섰다. 미국의 팝 아티스트 짐 다인 Jim Dine 의 작품으로 피노키오 형상의 ‘희망을 가진 소년’이다. 짐 다인은 피노키오를 테마로 한 연작들 을 평면과 입체 작업을 통해 다양하게 선보였다. ‘희망을 가진 소년’과 동일한 에디션이 스웨덴 보로스Boras 에도설치되어있다.
피노키오는 1883년, 이탈리아 작가 콜로디가 발표한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의 주인공이지만, 우 리에겐 같은 원작을 모티브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더 친숙하다. 디즈니 캐릭터를 모 티브로 했기 때문이었을까, 짐 다인의 조형물 피노키오 패션이 미키마우스와 무척 닮았다. 하얀 장갑하며, 멜빵 반바지, 앞이 빵빵한 찐빵처럼 둥글고 뭉툭한 모카 슈즈까지 미키마우스와 커플 룩이라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알다시피 피노키오는 인형제작자 제페토에 의해 나무로 만들어진 인형이었으나, 요정의 도움 으로 사람처럼 말하고 살아 움직이게 된다. 제페토는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피노키오를 사랑으 로 돌보지만 교활한 여우에게 현혹된 피노키오는 학교를 그만두고 극단으로 들어가게 된다. 세 상을 온몸으로 부닥치며 배신도 당하고, 철창에 갇히기도 하지만 요정의 도움으로 탈출을 한다. 피노키오는 또 다시 넓은 세상으로 모험을 떠나고 그 과정에서 온갖 어려움을 경험한다.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지만, 제페토가 고래에게 삼켜진 사실을 듣고 그를 구하러 달려간다. 그러나 피노 키오 역시 고래에게 먹히고 만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고래로부터 탈출을 하고 진짜 소년으로 태어난다는 모험담, 통과의례를 담은 이야기다(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진다는 설정은 많은 이 야기에서 다양하게 차용되기도 한다).
단군신화에서 곰이 100일 동안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듯, 목각인형이었던 피노키오 또한 세상이라는 정글을 몸으로 겪으며 인간이 된다는 설정 때문에, 피노키오 형상의 조형물을, 여 기, 대학 광장에 우뚝 세웠는지도 모른다.
학생들은 아직 온전한 사회인이 아니다. 대학은 학생들이 온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공간이다. 따라서 조형물 ‘희망을 가진 소년’은 어떤 의미에서 학교라는 인큐베이팅 공간에 서 험한 바깥 세상을 항해 힘찬 걸음을 내딛는 학생을 상징한다. 내 딛는 걸음이 성큼성큼, 힘차 고 당당해 보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다. 불안한 미래와 세상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학문을 갈고 닦는 대학이라는 공간에 피노키오 조형물은 적절하다.
직장인 시지프스
해운대 마린시티의 어느 아파트 앞에 세상을 향해 걸음을 내딛는 거대한 조형물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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