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월간사진 2017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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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뷰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08-23  오후 4:13  페이지 1






               Editor's View











               사진에 미치지 않고서야


               “혹시 상고대 찍어봤어요? 몇 년 전 상고대 촬영하려고 설 연휴에 춘천 소양강댐에 갔어요. 새벽인데다 영하 12도 날씨 탓에 인
               적 하나 없는데, 동이 트기 시작하자 꾸물꾸물 올라오는 수증기가 주변 나무와 만나면서 바로 상고대가 되더군요. 그 놀라운 순
               간을 보고 미친 듯 셔터를 눌렀고, 너무도 황홀한 풍경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어요. 정말이지 사진은 하면 할수록 너무 재밌는 거
               같아요.” 예순이 넘은 어느 사진가는 이 이야기를 하며 두 눈을 반짝였다. 마치 신기한 경험을 한 아이의 눈망울처럼 초롱초롱했
               고, 모험심 가득한 소년의 눈빛처럼 파르르했다. 연휴에, 새벽에, 게다가 그 추위에 촬영이라니, 나도 모르게 ‘사진에 미치지 않
               고서야’하고 혼잣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사진이 본업도 아닌데 누구보다 작업에 열정적인 그는 벌써 또 다른 작품 생각에 빠져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00에 미치다’는 말이 공감을 넘어 호감을 얻고 있다. 서점에서도 <디저트에 미치다>, <드럼에 미치다>, <파리에
               미치다>, <어느 날 내가 오디오에 미쳤다> 등등 무언가에 홀릭된 사연들이 넘쳐나고 있다. 세상엔 재밌는 게 이렇게나 많고, 그
               매력에 빠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즐거운 일이라고, 그런 재미와 열정을 발견한 당신은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세상을 알고 철이 든다는 건, 호기심과 모험심을 잃어간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니 그 좋아하던 여행을 떠나는 일도,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는 일도 부쩍 줄어든 것 같다. 늘 마시던 커피만 마시고 익숙한 노래만 찾게 되고, 막상 새로운 길을 가려면 걱정부터
               앞선다. 그런 변화가 내심 씁쓸하게 느껴진다. 철들면 늙는다, 뭔가에 미쳐야 젊게 산다는 말들이 이렇게 와닿을 수가.
               사진평론가 최건수 선생은 저서 <사진직설>에서 ‘미친놈들만이 미쳐서 가는 길이 사진가로 살아가는 길이다. 내 삶에서 가장 탁
               월한 선택이 있었다면 사진을 만난 일이었다. 미친 사진가들과 한 세상 살아가는 것이 어찌 즐겁지 않은가.’라고 했다.
               그러니, 사진에 미친 당신이야말로 진정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글 | 박현희(편집장) · 사진 | 정혜선 · 디자인 | 서바른











































               사진집을 제작하면서 알게 된 정혜선 작가의 작품. 그녀에게 사진은 재미난 놀이 같다. 찍고 만들고 조합하고 바꾸고, 또 그 위에 그림도 그리는 등 다양한 사진적 실험을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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