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6 - 월간사진 2017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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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097)글로벌아이(자넬레)_월간사진  2017-08-23  오전 11:48  페이지 092







                Global Eyes












                                          두려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 매체를 통해 소수자들에 대한 차별을 지적하는 자넬레
                                                  무홀리(Zanele Muholi)의 개인전이 영국 런던에서 진행 중
                                                  이다. 자신의 몸을 캔버스 삼아 사회 정의와 인권, 인종차별을
                                                  이야기하는 작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만약 당신이 365일 동안 흑인으로 산다면, 1년 내내 사건·사고에 시달     는 점진적이고 은유적이다. 사진에 강약을 주어 견고한 차별의 벽에 조금
                          릴 것이다.”                                       씩 균열을 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작업 행보다.
                          작품을 통해 흑인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소수자를 대변하는 것으로 유명        한편, 이번 개인전에서 선보이는 <Somnyama Ngonyama> 시리즈는
                          한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작가 자넬레 무홀리의 개인전 <Zanele         <Faces and Phases>와 닮은꼴이다. 잔잔함 속에 메타포가 숨어 있는 것
                          Muholi: Somnyama Ngonyama, Hail the Dark Lioness>가 영국 런던  처럼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그녀가 직접 사진 속 주인공으로 등장해
                          ‘Autograph ABP’에서 열리고 있다. 무홀리는 스스로를 비주얼 액티비   자신과 주변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 작업은 성소수자 차별보다는
                          스트(Visual Activist)라 부른다. 시각 매체를 이용해 정치·사회적 운동을  ‘흑인으로 살아가는 고뇌’가 주를 이루는 모양새다. 초상사진이라는 틀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당연히 작업은 사회적 소수자들의 존재와 정        안에서 무홀리는 보는 이에게 도전하는 듯한 눈빛을 발산하고 있다. 하지
                          체성에 대한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만 그 모습에선 공포와 연민, 좌절 등의 감정도 느껴진다. 이를 극대화하
                          영화와 설치작업으로도 유명한 자넬리 무홀리지만, 그녀를 대표하는 건         려고 했던 것일까. 여느 작업에 비해 인물의 검은색은 짙어졌고, 조명은
                          역시 초상사진이다. 머그샷 느낌의 콘트라스트가 강한 흑백사진을 마주         한층 더 극적인 효과를 연출한다. 포즈도 다양하다. 오브제들은 그녀를
                          하면 그 아우라에 압도당하기 마련이다. 얼핏 보면 세이두 케이타 사진과       스쳐 지나갔던 사건·사고를 함축한다. 고무 타이어와 안전핀, 고글 등은
                          비슷한 것도 같지만, 그보다는 심오하다. 평범한 말리 사람들의 일상을        사회적 착취와 ‘마리카나 대학살’을 반영하며, 여행용 캐리어를 고정시
                          담은 케이타와는 달리 무홀리는 사진을 통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주제를        켰던 플라스틱 테이프는 국경에서 자신이 겪은 인종차별을, 빨래집게는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작품의 핵심 키워드는, 작가의 인종과 성 정체성       42년 동안 가사노동자로 일해야만 했던 그녀의 어머니를 의미한다.
                          을 대변하는 ‘흑인’, 그리고 ‘LGBTQI(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  사회에 울림을 주는 작업이지만,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흑인과 성소
                          젠더,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갖는 사람, 간성)’다. 전 세계 어디서나 이슈가    수자를 대변한다는 이유로 집은 부서졌고, 작업을 모아뒀던 하드디스크
                          되지만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해결의 실마리조차 붙잡을 수 없는, 우리       를 도난당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그녀는 매번 두려움에 떨었다고 한다.
                          시대의 강력한 사회적 화두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은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인다. 많은 사람
                          이런 예민한 문제들을 끊임없이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인물이 바로 자넬        들에게 사회의 어두운 그늘을 보여주고, 사회적 소수자들에겐 그들 또한
                          레 무홀리다. 대표적인 작업으로 스냅사진을 연상케 하는 <Only Half the  사랑하고 사랑받을 권리가 있음을 자각시키기 위해서다.
                          Picture>와 전통적인 초상사진 형식의 <Faces and Phases>가 있다. 두  탁상공론이 사회적 소수자들의 더 나은 삶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시리즈 모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LGBTQI를 촬영했지만 분위기는        는 것을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표현하지 못하고 실행에 옮기지
                          사뭇 다르다. 폭력 피해를 입은 성소수자들을 가감 없이 기록한 <Only      못할 뿐이다. 마음속에 어떤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기에 주저하게 되는 것
                          Half the Picture>가 급진적이고 자극적이라면, 동성애 혐오가 만연한 사  일까. 이를 떨쳐내기 위한 자극이 필요하다면 자넬레 무홀리의 작업에 주
                          회를 살아가는 성소수자들의 정체성을 탐구하는 <Faces and Phases>   목하길 바란다. 그녀의 개인전은 10월 28일까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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