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월간사진 2017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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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군함도 이재갑
2017년 한국 영화 최고의 기대작 중 하나로 꼽혔던 <군함도>가 모습을 드러내자 대중은 시간을 보냈던 8000여 명의 조선인에게 그 어떤 말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군함도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하시마 섬으로 강제 징용당한 조선인의 이야 를 관광지로 개발하고, 아픈 역사를 감추려고만 하는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기 위해
기를 오락 영화의 소재로 삼고, 조선인을 괴롭히는 주체를 일본인이 아닌 한국인으로 그 서는 우리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렸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피해자인 조선인끼리의 갈등과 반목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 것 영화 <군함도> 제작진은 오래 전부터 군함도를 주제로 사진작업을 해온 사진가 이재갑을
이 한국인의 정서에 맞지 않았던 것이다. 직접 찾았고, 그는 자신이 수집한 자료를 아낌없이 공유했다. 하지만 영화에 대한 기대가
영화 군함도로 인해 세상 사람들이 강제 징용 조선인의 사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이 컸던 만큼 실망도 따랐다. 작가는 “영화 말미에 현재 생존해 있는 강제징용 노동자의 인
재갑은 이미 오랜 전부터 군함도를 사진으로 기록해온 작가다. 그가 군함도와 인연을 맺 터뷰를 보여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영화 자체는 허구지만 실화를 바탕으
은 건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함도의 진짜 이름은 하시마 섬. 군함의 모양을 닮 로 한 만큼 관람객들이 고통 받았던 그들을 기억하며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
아 군함도라 불리는 이 섬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 기업 미츠비시의 석탄 채굴을 위해 많 데….”라며 안타까워 했다. 하지만 영화 <군함도>를 통해서라도 하시마 섬 강제 징용 문
은 조선인이 강제 징용 당했던 곳이다. 그들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감언이설에 속아 군 제가 세상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졌다는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함도로 끌려 왔고, 그곳에서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사진가 이 사진가 이재갑은 수 십년 동안 줄곧 한국의 아픈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데 매진해 왔다. 한
재갑이 군함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것은 재일조선인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활동해온 국 전쟁 후 생겨난 혼혈인의 포트레이트를 담은 <또 하나의 한국인-주민등록증>, 한국군
일본인들 덕분이었다. 여러 일본인들이 일본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바로잡기 위해 노 베트남 파병에 관한 재해석인 <하나의 전쟁, 두 개의 기억-국내 베트남 참전 기념탑>, 일
력해왔다는 사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가 말로만 들었던 군함도에 처음 발을 디딘 것 본 강점기의 잔재인 적산가옥을 기록한 <식민지 잔영> 등 하나같이 역사의 무게가 느껴
은 2008년이다. 작은 배를 타고 힘겹게 들어선 검은 땅에는 당시 조선인들이 받은 고통 지는 작업들이다. 그의 작업 중심에는 항상 ‘역사’와 ‘인간’이 있다. 사진가 이재갑은 현재
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길 위에서 발견한 조선의 아픈 역사는 내게 말을 건다. 일 도 역사는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함께 숨 쉬어야 한다는 사실을 사진을 통해 각인
본의 패망과 동시에 멈춰버린 빈 공간은 작게 속삭이기도 하고 때론 비명에 가까운 소리 시키고 있다.
를 지른다. 권리는 없고 의무만 짊어진 조선인들이 외치는 소리를 그냥 지나쳐버릴 수 없
다. 그들의 전쟁은 전쟁이 끝난 지금까지도 계속 진행 중이다.”
하시마 섬은 일본 근대화의 상징이란 이유로 2015년 7월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되
었다. 교활한 일본인은 한국인 강제 징용 시기인 1916년 이후가 아닌 1850년부터 영화 <군함도> 군함도에 끌려가 강제 노역을 당한 경상 반도호텔 악단장 강옥(황정민 분)을 중심으로
지옥의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사력을 다했던 조선인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류승완 감독 작품으로
1910년대를 대상으로 문화유산 등재 신청을 했고, 유네스코는 2017년 12월 1일까지
개봉 당시 역사 왜곡 및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휩싸였다. 이 작품을 통해 강제징용 당한 조선인의 실
희생자 정보센터를 마련하라는 권고와 함께 조건부로 유네스코 등재를 허락했다. 하지 상을 알리고, 여전히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감독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
만 일본은 지금까지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고 있다. 지하 1000미터 갱도에서 고통의 되지 않아 아쉬운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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