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월간사진 2017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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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오월 어머니 김은주
낸 골딘은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누군가와 공감하는 것이며, 그 누군가에 대한 배려다.” 는 문구가 아닐 수 없다.
라고 말했다. 낸 골딘의 말을 듣고 문득 사진가 김은주의 <오월 어머니>가 떠올랐다. 김은 영화 <택시운전사>에도 자식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실신 직전인 노모가 등장
주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어머니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가다. ‘자식과 남편이 국 한다. 광주의 혼돈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주인공 만섭(송강호 분)은 가던 길을 멈추고 노
가라는 권력에 희생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들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낼 수 있었 모를 태워 아들이 있다는 병원으로 향한다. 그 곳에는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청
을까’ 라는 궁금증에서 출발한 이 작업은 2010년 시작해 2011년 막을 내렸다. 일 년은 년들이 고통스런 신음을 내고 있었다. 국가가 가해자가 되어 국민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사진가가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데 있어서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오월 행사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영화 속에서 주검을 붙잡고 목 놓
어머니>가 탄생하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시간의 틈이 존재한다. 사진가 김은주는 초등학 아 울부짖는 어머니들의 모습과 <오월 어머니> 속 어머니 모습이 중첩되는 순간이다. 이
교 5학년 때 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성당에서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실 제는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무심한 표정으로 사진 속에 서 있지만, 그 모든 한을 가슴 속에
상을 보여주는 영상을 접했고, 이해할 수 없는 폭력과 절규가 난무하는 상황에 큰 충격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 어머니들의 37년 전 상황이 아마도 영화 속 어머니와 같으리라는 생
받았다. 그리고 언젠가부터 5.18 희생자 어머니를 직접 만나 위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 각에 가슴 한 편이 아려 온다.
게 되었다. 모두가 알고 있듯 사진은 진실만을 말하는 매체가 아니다. 하지만 포트레이트는 사진의
끔찍한 트라우마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장르다. 사진가와 대상이 긴밀한 교감을 나누지 않으면 허상만이
다. 5.18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어머니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가는 그들과 직접 마음 맴도는 헛헛한 사진이 될 뿐이다. 사진가 김은주는 온 마음을 다해 오월 어머니의 모습을
을 나누기 위해 짐을 싸들고 광주로 내려갔다. 그곳에서 어머니들과 함께 밥을 먹고, 산 사진 속에 새겼다. 과거의 아픈 기억과 대면하는 행위가 어머니들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
책을 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었다. 진심은 언젠가 통하는 법. 시 종의 씻김굿이라고 생각했던 작가의 마음이 담긴 사진, 그게 바로 <오월 어머니>다.
간이 흐르면서 점점 작가의 진심이 어머니들에게 닿았다. 그렇게 30여 명의 어머니가 카
메라 앞에 섰고, 묵묵히 자신의 아픈 상처와 대면했다. 촬영에 응해준 어머니 중에는 엄
두가 나지 않아, 가족이 목숨을 잃은 장소에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도 있었다.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작품을 모은 사진전 <그날의 훌라송>(고은사진미술관, 2013년) 영화 <택시운전사> 자유와 평등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1980년 5월 광주가 그
랬다. <택시운전사>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취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광주로 향하는 독일
을 기획한 사진기획자 송수정은 사진가 김은주의 작품에 대해 “사진 속 어머니들의 얼굴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광주의 실상을 모른 채 운전대를 잡은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은 여전히 ‘나의 가족을 죽이지 말라’고 애원하고 있다.”라고 서술했다. 5.18 광주민주화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한 픽션으로 광주 항쟁에 대해 관심이 없던 젊은이들에게 한국 현대사에 대해
운동 희생자 어머니들의 심경이 사진가 김은주의 작품에 절절히 묻어있음을 확인시켜 주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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