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월간사진 2017년 7월호 Monthly Photography Jul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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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4-103)아티스트 앨범-사진가 드로잉(10p)-최종수정OK_월간사진  2017-06-22  오후 7:59  페이지 102






















































                                            ⓒ 은재필






                                        몸에 관한 단상_은재필
                                        드로잉 작업을 시작한 계기 2014년 교환학생으로 간 독일에서 영상       진작업을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사람들이 드로잉 북을 보고 좀 더 친
                                        과 입체수업을 들었다. 당시 나무, 철, 플라스틱, 고무 등 다양한 재료    근하게 받아들였다. 그것을 계기로 단순한 작업의 과정일 뿐이었던
                                        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형물, 퍼포먼스, 그리고 영상      드로잉을 관객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올 봄, 이주요, 정지현 작가의
                                        작업을 위해서는 드로잉이 필요했다. 종이에 연필로 낯선 재료와 장        <도운브레익스, 서울>(2017, 아트선제샌터) 전시 연계 퍼포먼스 <개
                                        소 그리고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를 그리며, 그들과 내가 가까워질 수       나리매치> 공연의 초대작가로도 참여했다. 가장 최근 완성한 드로잉
                                        있다고 상상했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아이디어 스케치가 쌓였고, 이       <무쉐뜨>라는 흑백영화를 보며 그린 만화같은 드로잉이다. A4스케
                                        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퍼포먼스와 영상 작업을 진행했다. 선호하는         치북을 반으로 접어 한 장에 두 컷이 들어가는 만화책을 만들고 영화
                                        드로잉 재료와 방법 대상을 A4 스케치북에 2B 연필로 재빨리 그린       를 보며 한 칸씩 채워나갔다. 며칠 후 그렇게 완성된 드로잉을 다시
                                        다. 순간의 느낌이 쉽사리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중에 그려놓       보니 내가 보았던 영화 내용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가 들려왔다. 영화
                                        은 그림을 다시 보면 각자 다른 곳에서 모인 이미지들이 파노라마처        가 아픈 어머니를 둔 한 소녀 가장이 겪는 고충을 주로 보여줬다면, 내
                                        럼 펼쳐져 나에게 색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이야기에 맞추어 퍼       드로잉은 작은 소녀가 덩치 큰 어른들 앞에서 위축되고 도망 다니는
                                        포먼스, 만들기 혹은 촬영 등의 작업을 진행한다. 드로잉 속에 담긴       모습을 표현했다. <무쉐뜨>라는 하나의 사건은 그렇게 내 안에서 재
                퍼포먼스와 사진이 결합된 은재필의 작업
                                        이야기주변에서 마주치는 풍경을 그린다. 인물, 사람, 공간들 사이의       구성된 셈이다. 드로잉의 진정한 매력 스케치북 위에 연필로 쓱쓱 그
                                        거리로 인해 발생하는 긴장감 혹은 부자연스러운 어색함 등이 종이         림을 그리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로 옮겨진다. 드로잉 작업을 관통하는 제목 작업마다 내용이 달라지        꾸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비용 면에서도 부담이 없다. 드로잉 작업
                                        긴 하지만 주로 ‘몸’이 보인다. 공간 안에서 하나의 몸 혹은 여러 개의    을 통해 담고 싶은 이야기 남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을 더 그리고 싶
                                        몸, 물건을 들거나 받치며 운동하는 몸, 숨을 헐떡이며 부풀어 오르고      다. 굳이 타인과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영화, 책, 음악, 혹은 다른 드로
                                        쪼그라드는 몸, 시간이 흐르면서 열이 나고 땀이 흐르는 몸. 환경 속      잉을 나만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드로잉을 할 예정이다.
                                        에서 시시각각 달라지는 몸이 시선을 끈다. 전시와 드로잉 작업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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