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PhotoView Issue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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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언의 신작, <반짝반짝 모멘트>는 그동안 크고 작은 그룹전시에서 소규모의 작품을 발표해 온 작가에게 어떤
전환의 계기로 보인다. 긴 수작업의 반복을 통해 조각을 완성하고, 다시 사진과 영상으로 재생하며 자신의 목소리
와 이타의 세계와의 관계를 드러내는 이 독특한 사진은 개성이라 할 만하다. 개인과 일상, 어쩌면 지나치게 소녀
풍의 판타지를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풀어내는 김정언의 시간은 다른 행성의 시간인 것 같다. 엄격하고 차갑게 우
리를 억압하는 지금, 한국의 초자아가 바라보는 시간대에서 벗어나 욕망의 실체와 함께 하려는 자기만의 고유한
시간. 그렇기에 스팽글분신이 수놓은 레드, 블루, 그린, 옐로우, 바이올렛 등등의 색채들은 감각적일 뿐만 아니라
자기 생을 이루는 중요한 스토리가 된다. 자기 자신에 대한 정직한 사진 찍기로 출발해서 자신의 생을 온전히 자
기 것으로 껴안는 작가의 몸짓은 신비롭고 쓸쓸해 보인다. 그러니 내 안에 사는 나보다 더 아름다운, 하지만 나를
닮은 스팽글분신과의 동거는 익숙함이 낯섦을 통해 발생하듯 신비와 고독으로 뒤엉킬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고 언제나 막막한 여정일지라도, 몸의 새로운 관능을 열어 자기와 함께 태어난 스팽글분신과 사진여
행을 떠나는 작가의 일상이 순간 반짝!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