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월간사진 2018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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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8)에디터뷰_최종_월간사진  2018-01-18  오후 5:06  페이지 038







                Editor's View


























                          주고니 받거니

                          늘 딱딱하고 재미없는(!) 보도자료만 보다가 오랜만에 인간미 물씬 느껴지는 보도자
                          료를 보았다. 내용은, 원춘호의 <사람, 한대수> 전시 소식이었다. 그런데 긴 내용을
                          읽어가자니 절로 마음이 훈훈해졌다. 한국 록음악의 대부 한대수와 사진가 원춘호.
                          찍힌 사람과 찍은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마치 어느 선술집에 마주앉아서 막걸리 한
                          잔 기울이며 마음속에 있는 소회와 고마움을 털어놓듯, 그렇게 각자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자신의 사진을 찍어준 것이 고맙고, 또 찍게 해줘서 그 시간 행복했다는
                          그들의 말이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메일 보관함에 넣어두기에는 아까워 독자 여러
                          분과 공유하려고 한다.



                          인생은 하루하루 젊어지는 것이 아니고 하루하루 늙어가니까
                          지금이 아마 나의 최고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며 오 주여!, 발가락이 움직이면 오 주여! 감사합니다.
                          기타를 치면서 손가락이 움직이면 오 주여! 감사합니다.
                          늘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사건 사고 없이 하루를 보낸 것에 감사를 드린다.
                          묘비명을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사는 것도 제기랄 죽는 것도 제기랄’,
                          두 번째는 ‘괜히 왔다 가네’. 주변 사람들한테 말해봤는데 재미있다고 난리다.
                          죽음을 이야기하며 이렇게 웃어본 적은 처음이다. 인생은 신기루이므로….
                                                                                                         ⓒ 원춘호
                          뛰어난 스트리트 포토그래퍼로서 원춘호는 사람 한대수를 잘 찍었다.
                          페이지마다 고독과 고통과 막걸리 냄새가 묻어 나온다.
                          원춘호 감사하다! Peace, everyone!  -음악가 한대수
                                                                                  초상사진은 사랑과 존경 없이는 영혼의 깊이를 담을 수 없다.
                                                                                  인간의 심오함을 시각화시켜 보여주어야 하기에
                                                                                  포트레이트는 힘든 작업이다.
                                                                                  더군다나 ‘가수 한대수'가 아닌 '사람 한대수’다.
                                                                                  만남이 익을수록 기록에 대한 사진가의 욕구가 머리끝까지 올라왔다.
                                                                                  굴곡이 많은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한대수의 생을
                                                                                  영원의 기록으로 남겨보고 싶었다.
                                                                                  ‘대수형’이라고 부르라지만 아직은 어색하다.
                                                                                  더 깊고 넓게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있다.
                                                                                  그래도
                                                                                  나는 행복하고,
                                                                                  대수 형님은 이 사진을 통해 영생(永生)을 얻었다. -사진가 원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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