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PHOTODOT 2017년 8월호 VOL.45 J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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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Work 1
Peggy Anderson; Morning Dip
몸과 영혼을 위한 정결 의식
글_태혜성(객원기자, margarettae@hotmail.com)
뉴욕에서 활동을 시작한 여성 포토그래퍼 Peggy Anderson은
어린시절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스웨덴 출신의 이민 2세대이다.
Anderson은 자신의 출신 고장인 스웨덴 Torekov의 독특한 전통의식인 모
닝 딮 (Morning Dip)을 마치고 난 후 각양각색의 목욕가운을 걸쳐 입은 마
을 사람들의 초상을 기록한 사진들을 발표해 뉴욕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바
다를 배경으로 정면을 바라본 인물을 프레임 중앙에 세운 아주 단순하고 표
준적인 구도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각각의 이미지들 안에서도 작가는 풍부한
다양성, 세심하고 날카로운 디테일들과 함께 성문화되지 않은 문화적 그리
고 역사적 코드를 담아내고 있다. 매일 아침 7시 30분이면 Torekov에 있는 작은 선착장들 중 하나인
Morgonbryggan로 나가 대형 필름 카메라를 셋팅해놓고 모닝 딮 의식을 마
친 마을 주민들을 기다린 Anderson은 그러나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시
기에는 수상하다는 듯한 눈빛과 곱지 않은 주민들의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교감과 교류; 이민자 2세대의 정체성과 뿌리를 확인하기 위한 작업 따라서 촬영에 응해주는 대상을 만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모닝 딮을 하
Anderson은 작가로 데뷔한 이래 주로 인물사진을 위주로 작업하며 뉴욕의 러 나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랜 세월 대를 이어 그 지역에 살아온 어부들
지하철 안에서 독서를 하는 사람들, 뉴욕 거리의 포스터 등 여러 다양한 주 의 후손들인 본토박이들이었다. 앞에 나서거나 틔는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
제의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녀는 뉴욕을 기반으로 주로 작업 활동을 펼 스웨덴 사람들의 성향적 관점에서 해외 교포인 작가는 그들의 문화와 교감
쳐 왔지만 지난 20여년 동안 매년 Torekov에서 여름을 보내기도 했다. 어린 속에 처음부터 쉽게 받아들여지기 힘든 대상이었다. 그러나 매일 아침 같은
시절부터 미국에서 성장했지만 스웨덴인 부모 밑에서 자라 스웨덴어를 구사 시간 같은 장소에 나타나 대형카메라와 함께 촬영 대상을 기다리는 날이 거
하기도 하고, 자신이 태어나 어린시절을 보낸 그 마을에는 아직도 많은 일가 듭되자 차츰 사람들은 작가와 그녀가 가진 대형 카메라에 대한 호기심을 가
친척들이 살고 있어서 모국을 방문할 때마다 자신을 반겨주지만 Anderson 지고 다가서기 시작했다. 작가가 다루기 힘든 대형 카메라를 사용한 데에는
은 오랜 세월 해외에서 살아온 자신이 그 지역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이방인 대상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목적 이외에도 필름을 로딩하고 검은 후드 안으
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민 2세대들처럼 스웨덴인 이면 로 머리를 넣어 오랫동안 포커스를 맞추는 등 다소 시간이 걸리는 과정 동안
서 동시에 미국인이기도 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은 열망을 갖게 되 일어날 대상과의 대화를 유도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그렇게 작가는 촬
면서 자신의 뿌리를 탐구하기 위한 작업으로 Morning Dip 시리즈를 시작하게 영과 작업을 통해 그들과 점차 소통하고 교감하고 이해하며 프로젝트를 진
됐다. 행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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