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PHOTODOT 2017년 2월호 VOL. 39 February
P. 16
Photo Work 3
파괴와 재건, 인간의 모순된 본성을 응축하다
하춘근의
BIG EYE : Ground Zero
글_박윤채 기자(yoonbluu@naver.com)
형체를 명확하게 알 수 없는 흐릿한 이미지가 의문을 자아낸다. 언
뜻 회화의 추상화나 단색화를 연상시키는 모호한 이미지다. 가만히 들여다
보니 켜켜이 쌓인 글자나 오브제, 혹은 풍경이 어렴풋 눈에 들어온다. 한 장
의 사진 안에 수백 장, 수천 장의 사진이 한 장 한 장 중첩되어 있었다. 이 작
품은 하춘근 작가의 〈BIG EYE〉시리즈 중 하나인 〈Ground Zero〉다.
작가는 〈BIG EYE〉시리즈 작품들을 ‘다양한 시공간이 응축된 사진들이 창
조하는 회화’라고 스스로 정의 내린다. 그는 작품 주제와 관련된 소재들을 촬
영한 뒤 다른 시공간의 촬영한 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으로 응축·융합시키
면서 사진으로 사진의 물성과 다른 회화적 작품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작가
의 작업 방식에서 엿볼 수 있듯, 사진과 회화의 경계를 오가며 매체의 틀을
벗어나는 ‘모호함’이 그의 작품을 관통하는 특징으로 나타난다.
Big Eye는 오랜 역사 동안 지배해온 사진예술의 개념,
그라운드 제로의 뜻, 좌표
재현의 예술과 질적으로 다르며, 사진과 회화를 구분해온
‘그라운드 제로(Ground Zero)’는 2001년 뉴욕 맨하튼에 있는 세계무역센
예술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예술 장르로
터(WTC)에서 발생한 911테러 현장을 말하는 용어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
탄생시킨 개념이다.
러나 본래 의미는 폭탄의 낙하지점 혹은 폭탄을 떨어뜨리려는 순간의 좌표
를 뜻하며, 제2차 세계대전 시기에 일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떨어진 원자 Big Eye는 “응축된(Condensed)
폭탄의 피복지점을 일컬은 말로 처음 사용되었다. 사진들이 창조하는 회화”다. - 작가노트 중
38
VOL.39.indb 38 2017-01-20 4:3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