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월간사진 2017년 4월호 Monthly Photography Ap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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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03-21 오후 5:49 페이지 1
Special 1 Exhibition
1930s - 1940s
위지가 본 범죄의 도시
뉴욕의 사건·사고 현장을 누구보다도 빠르고 적
나라하게 담아내 보도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
다는 평가를 받는 사진가 위지. 지난 2월 16일부
터 4월 1일까지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에서는
20세기 중반 그가 촬영한 하드보일드 사진들을
소개하는 전시가 열렸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서바른
대공황, 193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단어다. 이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침체된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정책을 실시한다. 바로 뉴딜
(New Deal) 정책이다. 이 중 뉴딜의 긍정적 효과를 홍보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 ‘FSA 사진 프로젝트’다. 빈곤한 실상을 기록하고
뉴딜 정책으로 인해 빈곤이 개선되어 가는 모습을 촬영한, 프로파간다적 성향이 짙은 프로젝트였다.
당시 이와는 다른 성향의 보도사진을 선보인 자가 있으니, 바로 위지(Weegee, 본명 Arthur Fellig)다. 1935~45년대 뉴욕 도시
를 기록한 그의 사진은 비슷한 시기 뉴욕을 촬영한 다른 사진가들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다. 루이스 하인이나 마가렛 버크화이트
처럼 차가운 시선도 아니고, 워커 에반스처럼 뉴욕을 스트레이트하게 묘사하지도 않았다. 대신 거칠고 냉정하게 감추고 싶은 뉴
욕의 뒷골목을 폭로했다. 주로 타블로이드 신문에 게재된 위지의 사진은 새로운 텍스트와 함께 다른 신문과 잡지에 재등장했고,
전시회와 사진집 발간 등으로 보도사진 영역을 확장시켰다. 이에 대해 평론가들은 “위지의 사진은 이성적인 것을 중시하던 전통
적인 사진만이 예술이 아닌, 비이성적이고 조야한 사진 또한 새로운 예술 사진임을 인식하게 해줬다.”는 평가를 내렸다.
위지 사진의 특징을 꼽자면 ‘신속성’이다. 그는 뉴욕 경찰에 보도 사진가 등록을 하고 매일 밤 사건·사고 현장을 누비고 다녔다.
빠른 사진 인화를 위해 자동차 트렁크를 스튜디오로 개조할 정도였다. 이름이 알려지면서부터 뉴욕 경찰의 무전기를 장착할 수
있게 돼 누구보다 빠르게 사건·사고 현장에 갈 수 있었다. 무엇보다 위지의 사진은 ‘하드보일드(Hard-boiled)’에 가깝다. 사건·
사고 현장을 냉정하고 비정하게 담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기여한 것이 어두운 배경 속 피사체를 부각시키는, 스스로 ‘렘브란트
조명’이라고 명명한 플래시다. 이로 인해 잔인하고 처참한 현장은 적나라하게 포착됐고, 이를 보고 있는 구경꾼들의 표정은 꾸밈
없이 드러났다. 사진에선 눈앞에서 타인의 죽음을 직접 목도했지만 별다른 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인간의 본성마저 느껴진다. 덕
분에 도시의 이면을 작위적이지 않게 잡아낸 위지의 사진은 보도사진을 넘어 창조적인 매체로, 더 나아가 시대의 아카이빙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지는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정리한 사진집 <벌거벗은 도시(Naked City)>(1945)로 사진계의 주목을 받기 시
작했다. 책 발간 이후 위지는 더 이상 뉴욕의 범죄 현장을 촬영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1940년 이후 텔레비전의 역할이 커짐에 따
라 신문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을 예감한 위지의 선택이 아닐까라는 추측이 있다(2006년 폴 게티 미술관 토론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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