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PHOTODOT 2018년 7월호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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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 그늘에서 천공광을 이용하고, 중성톤으로 프린트를 하였다. 다만 인물 은 역할은 부대 내 병사들의 증명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군에 근무하는 동
의 고유한 표정과 특징이 잘 드러나도록 4×5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였다. 안 병사들은 각종 서류에 첨부할 사진을 두세 차례 찍게 된다. 강재구 작가
대형카메라를 이용한 촬영은 이등병의 특징을 잘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집 는 그들을 촬영하면서 필름을 아끼기 위해 세 명을 나란히 세워놓고 찍었다.
단에서 개인을 분리하게 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군인의 경우 개인이 집단 그런 후 병사들이 사진을 찾으러 오면 해당 인물의 얼굴만 도려내어 건네주
의 일부분이 되어버려 개별적인 존재로서의 심리가 무시되는데, 대형카메라 었다. 그러다 보니 인물들의 얼굴은 잘려나가고 몸통만 있는 사진, 셋 중 둘
촬영으로 무리에서 개인이 분리되고, 바라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인물의 고 은 멀쩡한데 한 사람만 얼굴이 잘려나간 사진 등이 남게 되었다. 사진은 그
유한 특징에 집중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자체로 쓰임을 했을 뿐인데 사각형 형태로 잘려나간 얼굴 없는 사진은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작가 스스로도 얼굴을 잘라내는 행위가 무섭게 느껴
소모품으로서의 사병을 증명한 <사병증명> 질 정도. 강재구 작가는 전역하면서 이들 사진의 필름을 가지고 나왔다. 그
토템폴포토갤러리의 <입영전야, Soldier> 전에는 <입영전야> 외에도 <사 냥 버리기 아쉬워서였다. 그것은 군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었다. 병사들은 보
병증명> 연작이 전시되었다. <사병증명>은 말 그대로 사병을 증명하기 위 안 등급에 포함되지 않아 이들을 촬영한 필름은 한갓 폐기물일 뿐이었다. 마
해 찍은 사진이다. 강재구 작가는 군대에서 사진병으로 근무했는데 그가 맡 치 전쟁에서 소모되는 병사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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