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 - PHOTODOT 2018년 7월호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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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군대란 남자라면 대부분 피해 할 수 없는 통과의례로 여겨지 한 연민이 자연스레 작업으로 이어졌다.
고 있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입대를 당연하고도 보편적인 것으로 여기며, 입 군인 시리즈의 초기작은 <이등병>이다. <이등병> 연작 속에서 보이는 군인
대하는 순간 그들을 군인이라는 획일화된 프레임에 가둬버리고 만다. 그럼 은 여리다 못해 안쓰러울 정도이며, 군인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를 배반하는
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입대하기 전부터 제대하는 순간까지 독립된 자아로서 병사들의 모습이 담겨있다. 때에 절은 러닝셔츠, 구부정한 어깨, 잔뜩 긴장하
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 강재구 작가는 그것을 포착하였다. 그래서 군인 시 거나 얼이 빠진 듯한 표정, 성난 피부 등. 과연 ‘이들을 믿고 두 발 뻗고 잠을
리즈를 통해 용맹스러움의 상징으로 그려져 온 군인이 사실은 연약한 존재 잘 수 있나?’ 싶어 걱정될 지경이다.
이며, 똑같은 차림새를 하고 있지만, 그들 안에는 저마다의 세계를 지니고 있 강재구 작가에 의하면 이등병들은 실재 행동에서도 어린아이와 같다고 한
음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다. 집안이나 학벌과 상관없이, 사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가졌던 간에 이등병
이 되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유아처럼 퇴행하게 된다고. 화장실
유아로의 퇴행을 경험한 <이등병> 을 갈 때도 병장 손을 잡고 가고, 손으로 옆구리를 찌르면 ‘이병 ○○○’을 수
강재구 작가가 군인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연민 때문에 비롯되었다. 그가 제 십 번 외치고. 총으로 적을 공격하고 살상하는 훈련을 6주 동안이나 받았음
대할 무렵 두 명의 동생이 동시에 입대했다. 강 작가의 동생들은 겨울 즈음 에도 자대에 배치된 이등병은 스스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형태를 보이는
입대했는데, 강 작가는 그들을 떠올릴 때마다 안타까움을 느끼곤 했다. 그 역 것이다. 그들의 모습에서 용맹한 군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는데 그러한
시 군 근무를 했던 터라 군대에서 겨울을 보낸다는 게 무척 힘듦을 알기 때 모습이 <이등병> 연작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이다. 그래서 길에서 마주친 이등병들을 보면 모두 동생처럼 보였고, 그러 강재구 작가는 의도가 있음에도 의도를 배제하기 위해 작업 방식에 공을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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