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 - PHOTODOT 2018년 7월호 VOL.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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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Work 1
집단 속의 개인,
획일성 속에 숨겨진 표정
강재구 <입영 전야, Soldier>
“입영 전날, 긴 머리를 12mm로 깎고 스튜디오에서 조명을 받으며 나체로 렌즈를 마주하는 청년의 모습. 거기에는
그가 지나왔던 시간과 속해 있던 환경, 다가올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불시에 우러나고 그것은 사진을 통해 표면으
로 드러난다. 그렇게 완성된 사진을 통해 재발견된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군인으로서의 강인함이 아닌 아직은 여
리고 앳된 소년을 발견한다.” <입영전야, Soldier> 작가노트 중에서
글/이연희 기자 는 시간이다. 강재구 작가의 <입영전야>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그렇다. 실오
강재구 작가는 사진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1년부터 지금까지 17 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그들의 눈빛은 흔들리고 몸짓은 경직되어 있다. 얼핏
년 동안 군인을 꾸준히 바라봐 왔다. 그러한 작업을 통해 <이등병>, <사병증 보면 무표정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불안과 회한, 초조, 슬픔, 체념
명>, <예비역>, <12mm> 연작을 발표했다. 그리고 지난 6월 19일부터 7월 1 등이 묻어난다. 개성을 가진 인격체로 존재하던 그들이 이제 군대라는 거대
일까지 일본 토템폴포토갤러리(TOTEM POLE PHOTO GALLERY)에서 그 조직의 부품<으로 기능하게 되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 새로운 연작 <입영전야, Soldier> 전을 가졌다. 강재구 작가의 입영전야>는 입대를 하루 앞둔 청년들을 촬영한 작업이다.
거대 산업사회의 현상과 네거티브한 산업화의 결과물들 속에서 발굴해 내는 작가는 이 작업에서 한 인물을 세 컷 혹은 네 컷으로 촬영하였다. 입대하기
보석 같은 건축의 속살을 끌어내고 있다. 작고 속삭이는 빛에서 강한 힘이 위해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과 후, 휴가 나왔을 때, 그리고 ‘군대물이 빠진’ 전
있는 빛에 이르기까지 도시적이고 시각적인 이야기 전개를 만들어낸다. 도 역 1년 후에 각각 그들을 촬영한 것이다. 촬영 시기마다 그들의 표정은 사뭇
시적인 이미지 사이에 언뜻언뜻 교묘하게 숨겨진 감정이입의 모습으로 그들 다르다. 심지어 입대하기 하루 전날에 찍은 머리카락을 자르기 전과 후의 표
은 도시가 그대로 현대적 언어의 자연임을 입증해주는 증거물들로 보여주기 정에도 변화가 있다. 사회에 대한 끈을 아직 쥐고 있는 전자와 달리 머리카
도 한다. 그리하여 명이식과 호세 컨셉테스의 작업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락을 자른 후인 후자는 이제 더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듯 그 표정에 상심이
하는 즐거움, 조형성과 빛에 의해 서술되는 스타카토 적이고 설득력이 있는 가득하다.
즐거움을 준다. 즉 거대도시의 사적 소유, 도시 유희인 셈이다. 강재구 작가의 작업 중 <입영전야>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어떤 사건을 전
후로 한 인물의 내면을 그린 포트레이트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가 20여 년
획일적인 프레임에 갇힌 개별성 가까이 작업해 온 군인 시리즈를 함께 떠올려 보면 일반적인 개인이 아닌 집
어떤 사건을 앞둔 ‘전야’는 그 상황에 놓여있는 사람에게 만감을 불러일으키 단 속의 개인을 확대해서 보여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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