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월간사진 2017년 2월호 Monthly Photography Feb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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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10
사진가에게 작품을 ‘판다’는 것
국내 사진 시장 최전선에 있는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판매하며 느꼈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작품 가격에 대한 생각, 갤러리와의 관계, 사진 시장 활성화를 위한 돌직구까지. 그들이 전해온 ‘말 말 말’을 정리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김혜미
며느리도 모르는 작품 ‘가격’
“작품 가격은 통상적으로 작가의 경력, 미술사적·미학적 평가, 작품
에디션 개수, 에디션 순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결정한다. 하지 작업 가치 높이는 최적의 에디션 수
만 여기엔 정확한 기준이 없어 단순화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리
고 그 가격이 적정한지에 대한 평가는 시장에서의 반응을 통해 이뤄진 “대형 작업은 세 개, 중형 작업은 다섯 개, 소형 작업은 스무 개 정도의 에디션이 적
다. 그런 반응을 객관적으로 수치화시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절하다고 생각한다. 작가에 따라 에디션에 부여하는 의미가 있고, 또 이유도 있겠
지만 이것이 일반적이다.”
“전시를 앞두고 내 작품 가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해 동료 작
가와 비교해보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작품이 팔리기라도 하면 ‘이 가 “에디션 개수에 대해서 정해져 있는 구체적인 룰은 없다. 작품에 따라 달라지는 것
격이 맞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스스로 결정한 가격이기에 이 맞다고 생각한다. 에디션이 많을수록 희소성이 약해지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
적당하다고 말해야겠지만, 시장논리로 봤을 때 작품이 잘 안 팔리는 다. 하지만 몇몇 유명작가는 작품 수요가 많기 때문에 에디션 수에 크게 구애 받지
것을 보면 가격이 비싼 편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않기도 한다.”
“작품 가격에는 창작비용과 액자 제작비용(프린트와 프레임), 관리운
영비용(운반비, 전시 홍보비) 등이 포함된다. 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어떤 프린트와 어떤 프레임, 어떤 유리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질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 작가들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부담이
되는 건 ‘제작비용’이다. 해외의 경우 제작비용을 구매자와 갤러리가
함께 부담하는 사례가 많다고 들었다.” 작가가 생각하는 적정한 수익 배분 비율
“작품이 판매될 경우 그 금액이 온전히 작가에게 가는 것이 아니다. 작 “통상적으로 작가들은 5 : 5 비율로 갤러리와 수익을 나눈다. 수익 배분에 대한 잡음이
가와 갤러리가 수익을 (대체로) 5 : 5로 나누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 계속해서 들리는 것은 작가들 대부분이 국내 갤러리가 제 역할을 못한다고 생각하기
서 작가가 제작비용을 부담하는 경우, 그것을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때문이다. 만약 갤러리가 전시도록 제작, VIP 관리, 큐레이터 관리, 운송, 언론 보도, 서
생활을 하기엔 너무나 빠듯한 게 현실이다. 관람객이 보기엔 작품 가 문과 평론 작성 등을 책임감 있게 진행한다면 50% 비율에 별다른 불만이 없을 것이
격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겠지만, 작가 입장에선 그 가격조차 아쉽게 느 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는 프로 의식이 있는 갤러리가 별로 없다.”
껴지는 것이 현실이다.”
“수익 배분 비율은 갤러리가 무엇을 제공하고 실행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간
혹 갤러리가 작가의 창작 비용과 제작 비용을 무시하는 경우, 반대로 작가가 갤러리의
작품 판매를 위한 투자 개념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으레 문제가 생긴다. 이를 미연에 방
지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작가도 갤러리도 시
장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함께 연구하고 뜻을 모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갤러리가 전시를 개최하고 작품을 판매한다면 6(작가) : 4(갤러리), 전시 없이 중개 역
할만 한다면 7(작가): 3(갤러리) 비율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물건을 파는 것도 능력
이겠지만, 그에 앞서 선행돼야 하는 것이 작품을 제작하는 것 아닐까. 다른 경제 분야
의 경우 단순히 중개 역할만 하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수수료는 그리 크지 않다. 예술 시
장 역시 예술이라는 특수성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시장 상황과 발맞춰가는
것이 필요하다. 상품 생산자인 작가가 건강하게 살아있어야 시장도 정상적으로 유지
되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