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월간사진 2018년 6월호 Monthly Photography June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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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의 가치
데이비드 올리에테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문화 중 하나인
‘인간 탑 쌓기’를 기록해온 사진가다. 역동적인 <Human Towers>를 통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함께하는 것의 가치’다.
카탈루냐의 정체성 까스텔스(Castells, 인간 탑 는 큰 감동과 쾌감을 느꼈다고 한다. 사진만 봐
쌓기)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의 전통문화 중 하 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데, 직접 몸을 부딪친
나다. 복잡할 것 같지만, 진행 과정은 의외로 단 다면 얼마나 흥분될지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순하다. 나이, 성별, 직업, 인종 등을 막론하고
100~200명의 사람으로 구성된, 꼬야(Colla)라 찰나의 순간을 포착하다 작가는 자신이 카탈루
불리는 팀의 구성원들이 기지를 발휘해 가장 높 냐 사람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까스텔스에 끌
은 탑(평균 6~10층)을 쌓으면 된다. 건장한 남 린 것 같다고 말한다. 어렸을 때부터 마치 숨을
성들이 탑의 기초를 쌓고, 그 위로 가벼운 사람 쉬는 것처럼 전통문화를 즐겼기에 자연스레 그
이 올라가는 방식이다. 탑 꼭대기에 올라간 어린 경기가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데이비드 올리
이가 손을 들면 경기는 끝이 난다. 흥미롭게도 에테는 모험심이 강한 사진가다. 남들과는 차별
까스텔스에는 승자와 패자가 없다. 자신의 한계 화된 시선을 갖기 위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한
를 시험하고, 협동심을 기르는 것이 경기의 목적 다. 그 결과물이 바로 사진 속에서 볼 수 있는 조
이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 잘 알려진 ‘인간 탑 쌓 형성이다. 화려한 컬러 대비 속에서, 그리고 서
기’ 행사 중 하나는 타라고나(Tarragona)에서 2 로 포개진 사람들 속에서 그가 찾아낸 독특한 패
년마다 열리는 ‘Concurs de Castells’다. 턴은 보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하지만 촬영 현
데이비드 올리에테는 보기만 해도 짜릿함이 느 장에 워낙 많은 사람이 모여 있기에 카메라를 들
껴지는 ‘인간 탑 쌓기’를 기록한 사진가다. 까스 고 움직이는 게 녹록지 않았다. 그렇기에 모든
텔스의 가치를 전달하고, 또 보존하기 위해 사진 상황을 예측하고 대비해야만 했다. 그가 늘 머릿
을 찍었다. 그가 까스텔스를 촬영하며 발견한 것 속에 그렸던 건 찰나의 순간 인간 탑이 어떻게 움
은 카탈루냐 사람들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직일지, 어느 타이밍에 어린이가 탑 꼭대기에 올
‘같이의 가치’다. 탑을 세우기 위해 남녀노소 어 라갈지 등이었다. 이는 생동감 넘치는 스토리를
른, 아이 구분 없이 힘을 모으는 모습에서 작가 만들 수 있게 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에디터 | 박이현
David Oliete 스페인 타라고나 출신 사진가이자 여행가, 그리고 필름메이커다. 여행 중 만난 독특한
풍경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레드불, 가디언, KLM 항공사 등과 협업했다.
www.davidolie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