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PHOTODOT 2017년 9월호 VOL.46 Sep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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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by Robinson
운명을 바꾼 지도교수의 제안
<Auto-Work> 시리즈는 작가 자신이 포토그래퍼로서 살아온 삶 전체를 비 그녀는 Perkis 교수로부터 그녀의 인생을 바꾸어 놓을 계기가 된 제안을 받
춘 작업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이 작업은 사진가에게 주 게 되었다. Robinson의 사정을 듣게 된 Perkis 교수는 손에 카메라만 들려
어진 책임과 특권을 가장 성실하게 실현시키고 있는 프로젝트로 보아도 무 있는 한, 사진은 어느 곳에서나 찍을 수 있다며 자신이 있는 그 자리, 즉 작
리가 없을 것이다. 그 이유는 작가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동기와 꾸 가 자신이 아파서 자주 있어야 하는 침대 위에서 보이는 것들을 그대로 사
준히 작업을 이어온 지난 긴 시간 속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Auto-Works> 진으로 찍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Perkis 교수의 이같은 제안은
시리즈의 시작은 젊은 시절 그녀가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된 동기와 맞닿 Robinson으로 하여금 사진에 대한 새로운 개념을 심어준 강한 충격으로 남
아 있기 때문이다. 게 되었다. 그리고 그날 이후 Robinson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이 있는 그 자
대학에서 건축 역사로 학사학위를 받은 후 뉴욕 프랫 대학 대학원의 인테리 리에서 사진을 찍는 일을 멈추지 않았고 그렇게 사진가의 길로 들어서게 됐
어 디자인과로 진학한 Robinson은 전공과목에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사 다. 이후 4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계속된 셀프 포트레이트 작업은 자신이
진 수업을 수강하기 시작했다. 막연한 생각으로 배우기 시작한 사진에 조금 사진가로서 촬영하는 일에 있어 게으름을 피울 수 없는 이유와 함께 계속 진
씩 재미를 붙여갈 무렵 그녀는 건강에 이상이 생겨 학업을 중단할 위기에 놓 행되어 오고 있다. 작업의 주제가 ‘지금 내가 있는 곳에서의 나 자신’ 인 만큼
이게 됐다. 단핵증 (mononucleosis) 판정을 받은 작가는 수업을 제대로 들 스스로에게 사진을 찍을 수 없는 핑계거리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주제가
을 수 없을 만큼 병세가 악화되자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자신의 처지를 설명 될 대상을 찾지 못했다는 이유도 모델 섭외가 되지 않았다는 이유도 더 이상
하며 잦은 결석에 대한 양해를 구해야 했다. 같은 문제로 그녀는 당시 자신 용납되지 않았다. 언제 어느 곳에서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주제, 그렇게
이 듣던 사진수업 지도교수였던 Philip Perkis 교수를 찾아갔다. 그리고 이때 시작된 작업이 <Auto-Works> 시리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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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46.indb 15 2017-08-23 �� 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