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월간사진 2017년 12월호 Monthly Photography Dec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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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095)미니멀리즘(Sinziana Velicescu)_최종_월간사진 2017-11-21 오후 2:04 페이지 090
OnThePeriphery 14 ⓒ Sinziana Velicescu
이훤’s Choice 신지아나 벨리세스쿠
최소화의 미학
최소화를 통해 몇 요소, 예컨대 색이나 선, 형태 등을 부각하는 표현 기법은 미니멀리즘이라고 통칭된다.
사진에 있어 미니멀리즘은 대개 직관적이다. 작법만 볼 때 어렵지 않게 구현 가능하다. 이 같은 기술적 성
취는 전부 의미 있는 미니멀리즘이 될 수 있을까. 단출한 광경을 담는 일, 그것을 넘어서는 의도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오브제가 단순화되었다 해서 촬영 전후의 고민이 간소화돼서는 안 된다. 세계를 향한 탐구
없이는 어떤 최소화도 기술적 구현, 그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렵다.
최근 미니멀리즘 작품이 눈에 부쩍 띈다. 대부분 강렬한 색감과 바삭한 질감을 내세우는데, 그중에서도
신지아나 벨리세스쿠의 작품은 단연 눈길을 끈다. 작가가 일관적으로 보여주는 톤 다운된 광경에는 꾸준
한 정서가 있다. 공간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는 환경 사진(Environmental Photography)과도 나란한 부
분이 있다. 과도한 보정을 피해 오브제들의 모습을 왜곡 없이 담아낸다. 훈련과 고민 없이 이 같은 절제는
어렵다. 셔터를 누를 때마다 전형을 벗어나는 고유한 선택이 요구된다. 주도하는 정서에 근간을 두고 매
번 다르게 감각되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미니멀리즘은 오늘 무엇을 관통하고 있는가. 무엇을 위한 최
소화인가. 벨리세스쿠의 소신을 보며 스스로에게 다시금 묻는 밤이다. - 시인 이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