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월간사진 2018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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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ditor's View /
천재의 공간이 말하는 것
<월간사진> 10월 특집에선 ‘아티스트 10인의 작업실’을 공개한다. 누군가의 사적인 공간을 엿본다는 것
은 분명 흥미로운 일이다. 공간을 보면 그 사람이 자연스레 읽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장의 스타일은 물
론 취미, 가치관, 그리고 개인적 성향까지 공간에 그대로 배어있다. 그렇다면 나의 방은 또 책상은 있는 그
대로의 나를 보여주는 걸까? 지금 이 순간, 너무도 자유분방한(!) 책상을 보며 내심 찔리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기획을 진행하면서 문득 천재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연구실 풍경이 떠올랐다. 물론 직접 가본 것은 아
니다. 2013년 열린 전시를 통해서 프린스턴 대학 안에 있던 그의 연구실 내부가 공개된 적이 있다. 아인
슈타인이 사망한지 몇 시간 후 촬영된 것이라고 했다. 사진 속 아인슈타인의 공간은, 놀랍게도(!) 방금 전
태풍이 훑고 지나간 것처럼 보였다. 그 흔한 장식품 하나 없이 오롯이 책상과 책장뿐인 연구실에는 엄청
난 양의 자료들이 널브러져 있고 흐트러져 있었다.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가히 천재다운 일면이 드
러난 사진이다. 평소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나의 공간과 너무도 흡사해서 더욱 기억에 남는다. 실제
로 그는 “어수선한 책상이 어수선한 정신을 의미한다면, 텅 빈 책상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의미심
장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꽉 막힌 지식보다 자유로운 상상력을 강조했던 아인슈타인다운 명언이다.
그가 생전에 완성한 성공 공식도 인상적이다. 그 공식은 바로 <A가 인생의 성공이라면 A = ‘x + y + z’
다. x=‘일’, y=‘놀이’, z=‘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라고. 세상에나, 천재가 완성한 성공 공식에 생뚱맞게
‘놀이’와 ‘침묵’이 포함돼 있다니…. 이 얼마나 반갑고도 쇼킹한 이론(!)인가! 열심히 노는 자가 상상할 수
있고 자주 침묵하는 자가 성공할 수 있다는 아인슈타인의 말은 내가 꼽는 최고의 명언이다. 어지럽기 짝
이 없는 연구실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최대한 몰두하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이
천재였던 것은 그의 지능이 높아서가 아니라고 한다. 지능보다는, 세상을 다르게 보는 능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열심히 일하고, 미친 듯 놀고, 자주 침묵하라! 세기의 천재는 생전에 몸소 그
이론을 증명해 보여주었다. 글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전종균
아인슈타인이 사망한 지 몇 시간 후 촬영된 프린스턴 대학에 있는 그의 연구실 모습.
<Einstein’s office> by Ralph Morse, 1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