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월간사진 2017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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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뷰_최종(수정)_월간사진 2017-09-21 오후 3:46 페이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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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View
최근 사진계에서 사과 논쟁이 한창이다. 공교롭게도 두 여성 사진가가 공중에 사과
를 던져 촬영했는데 그 작품들이 유사해 보인다는 이유로 SNS에서 표절 논쟁이 벌
어진 것이다. 한쪽 당사자인 신현림 작가는 자신이 촬영도 발표도 먼저 했고, 딱 봤을
때 누구의 작품인지 상당수가 헷갈리는 상황이라면 상대방이 알아서 그 작업을 중단
하는 것이 예술가적 양심이라고 주장한다. ‘예술은 철저히 이미지가 말해준다’는 게
요지다. 그에 맞서는 안준 작가는, 사과는 저작권과 상관없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브제이며 작업의 컨셉트나 오브제가 상징하는 바가 피차 다르니 아무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내용이 SNS를 통해 번지면서 사진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그 과정에서 표절, 도용, 소송, 명예훼손 같은 단어들이 난무했다.
월간사진은 이런 사태에 대해 평론가, 사진학과 교수, 예술 매체 기자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이러저런 답을 들을 수 있었지만, 상당수는 자신의 주장을 드러내길 상당히
조심스러워 했다. 심지어 오프더레코드를 요청한 경우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자
신이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을 한들, 둘 중 하나에게는 분명 상처가 될 것이라는 게 주
된 이유였다.
예술계에서 표절 논쟁을 벌일 때 흔히들 누가 먼저 작업을 시작했고 전시를 통해 공
개했는지를 따진다. 예술계 역시 먼저 시작한 사람에게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하는 것
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두 작품 간의 유사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예술은 이미지 외에도 모티브, 컨셉트를 모두 포함한다. 그러다 보니 ‘비
슷한 것도 같다’, ‘자세히 뜯어보면 차별점이 있는 것도 같다’ 등 표현의 뉘앙스도 관
점도 애매모호하다. 예술작품에 관해서는 이성보다는 감성의 눈이 먼저이기 때문이
다. 예술은 그런 거다. 관람자가 보고 해석하기 나름인 거다.
팽팽하게 갈리는 입장과 주장, 안타깝게도 그 간극은 시간이 지나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표절 논쟁이 감정싸움으로, 그러다 결국 법정까지 치닫는 이유다.
실제로 월간사진은 양쪽 작가 모두를 만났다. 여전히 한쪽은 상대방의 예술적 양심
과 도덕성의 문제라고 지탄한다. 또 다른 쪽은 ‘법적 문제없음’이라며 항변한다. 진심
으로 안타까운 건, 그동안 SNS를 통한 설전과 비난이 난무했을 뿐 어디에도 진정한
소통의 노력은 없어 보인다는 사실이다.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필요한데도 말이다. 사
진계는 물론 예술계의 많은 사람들이 그 부분을 안타까움과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보
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 사건에 휘말린 두 명의 유능한 여성 사진가는, 예술가로서 또
사진계 선후배로서 상처를 입을 만큼 입었다. 문득 몇 년 전 있었던 마이클 케나의 솔
섬 사건이 떠오른다. 팽팽한 공방을 거쳐 결국 판결이 났지만, 결국엔 승자도 패자도
없는 싸움으로 기억된다. 진정한 솔로몬의 지혜는 법정 판결문이 아닌, 각자의 마음
속에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사과 그리고 솔로몬의 지혜 글 |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서바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