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4 - 월간사진 2017년 10월호 Monthly Photography Oct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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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107)트렌드리포트_최종_월간사진  2017-09-20  오후 9:02  페이지 106







                Trend Re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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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캐논X김중만 아트 슈퍼마켓2>가 열린 캐논 갤러리. 전시된 김중만 작가의 작품이 한 점당 5만원에 판매되었다. 2 나무 사진은 15장의 에디션이 모두 판매 완료됐다.





                                               가격 거품 뺀 미술장터



                                               올 가을을 수놓을 미술장터들이 관람객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화랑 거래나 미술품 경매, 그리고 아트페어와 달리 누구나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작품들로 구성됐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부담 없는 사진 가격은 과연 얼마?                                     보릿고개와 다름없는 시간들
                얼마 전 캐논갤러리에서 열린 캐논과 김중만의 <아트 슈퍼마켓2>가 화제다. 그야말로 대        2010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던 작품판매금액이 2014년 이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성황이었다. 행사 첫날 복잡한 오프닝이 열리는 가운데 420장의 사진이 팔렸다. 둘째 날       <2016 미술시장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작품판매금액은 2014년 대비 17.8%(약
                엔 아침부터 장사진을 이뤘다. 개장 40분 전부터 사진을 구매하기 위한 사람들의 행렬이        641억 원) 증가한 4.060억 원. 판매 작품 수 또한 전년 대비 16.4%(5,176점) 늘어난
                늘어섰다. 최고 인기 작품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상사진이었다. 갤러리를 다 둘러보기도          36,663점을 기록했다. 2016년 통계가 발표돼야 어느 정도 결론을 내릴 수 있겠지만, 한
                전에 15장의 에디션 전부가 판매 완료됐다는 빨간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이와 함께 꽃        국 미술시장은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약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모양새다.
                사진, 나무 사진, 가수 혁오의 사진 등이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공감하기        그렇다면 작품을 판매해야 하는 작가들의 현실은 어떠할까. 현재 우리나라 시각예술 작
                쉬운 사진들을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가 인구는 대략 5만 명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화랑에 소속된 전속 작가 수는 약 1,500 명
                지난 9월 11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이번 <캐논X김중만 아트 슈퍼마켓2>은 작가보다는        이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나 많다. 직장인에 비유하자면 전체 작가 인구의 3%만이
                작품 구매를 시작하려는 사람들을 위한다는 성격이 짙었다. 16R(40x50cm) 사이즈 작      급여를 받고 있는 셈. 그것도 비정기적으로 말이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 통계에 의하면,
                품 한 장 가격이 5만 원이었기 때문이다. 연습 삼아 작품을 구입한다고 치더라도 너무나        작가 인구 80%의 작품 제작을 통한 월평균 수입은 100만 원 이하다(여기엔 전속작가 수
                부담 없는 가격이었다. 이 가격이 가능했던 건 사진 작품 소장의 문턱을 낮추고, 사진 예       치가 포함됐을 수도 있다). 작품 활동만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술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고자 한 기획 의도 덕분이었다. 사진전 판매 수익금이 저소득층         작가는 생계유지를 위해 예술이라는 사회 안에서 영업사원이 돼야 한다. 영업 상품은 자
                아동 시력 교정 수술을 후원하는데 기부된다는 것도 한 몫 했다.                     기 작품이요, 영업 대상은 비예술가다. 그리고 영업 무대는 화랑과 경매, 아트페어다. 그
                김중만은 이번 <아트 슈퍼마켓2> 행사와 관련해 “소수만이 예술을 소유할 수 있다는 편        런데 걸림돌이 있다. 무대 진출 자격이다. 화랑(1차 시장)은 전시 경력과 이름값이 있는,
                견을 깨고 보다 많은 이들이 찍고, 보고, 소유하는 사진의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        팔릴만한 작업을 하는 작가를 원한다. 경매(2차 시장)도 이와 비슷하다. 1차 시장에서의
                로 이번 사진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좋은 취지인 것은 알겠지       성과 없이 2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아트페어도 마찬가지다. 화랑에 소
                만, 지명도가 있는 작가가 사진 가격을 내려버리면 신진 작가들에겐 부담이 된다는 것이         속돼 있는 작가가 성공할 확률이 높다. 사실 높은 진입 장벽에서 기인하는 빈곤의 악순환
                주요 골자였다. 점진적으로 작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신진 작가 입장에선 당연히 불만스         은 신진 작가들에게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대학을 갓 졸업한 미대생이 작가라는 타이틀
                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을 얻기까지, 또 시장에 진출하기까지의 시간은 보릿고개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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