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월간사진 2018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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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8)에디터뷰_최종_월간사진 2018-08-21 오후 7:44 페이지 028
/ Editor's View /
Horst P. Horst, VOGUE, NY, 1940 ⓒ Estate of Horst P. Horst.
Courtesy Peter Fetterman Gallery, Santa Monica. <The Fashion Show>
패션 잡지 표지도 이렇게 창의적이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1940년대 패션지 <VOGUE>. <The Fashion Show> 전시 중에서.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
홍상수 감독의 영화를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9월호 패션사진 특집을 진행하면서 문득 그 영화 제목이
떠올랐다. 아마도 한때 패션잡지에 몸담았던 오래 전 기억 탓일 게다. 패션은 늘 ‘핫’했다. 지루할 틈이 없었
다. 계절마다 바뀌었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가끔은 숨이 찼다. 패션은
여전히 핫하다. 하지만 유행이란 빨리 뜨거워지는 만큼 또 빠르게 식는다. 불과 몇 년 전 패션화보인데 어딘
가 모르게 촌스러워 보이고, 지난 시즌 핫해 보인 광고지만 기억 속 어디에도 없다. 한 시즌 알차게 쓰이다
그냥 묻히니, 이것이 패션사진의 한계일까.
하지만 일부 패션 사진가는 그 예술성을 인정받았다. 급기야 갤러리에 입성하는 데도 성공한다. 수십 년 전
촬영됐지만 여전히 감탄사가 나올 정도로 감각적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것, 패션사진에 대한 편견
도 그 중 하나가 아닐까. 패션과 예술사이, 그 묘한 경계에 과연 무엇이 있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월간
사진> 9월호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예술임을 갈망하는(!) 패션사진들을 지면에 소환했다. 한 시즌 끝나면
외장하드에 그저 묻히는 사진이 아닌, 훗날 사진가의 이름으로 대표될 ‘작품’이 되고자 상상력과 예술성을
한껏 품은 패션사진들을 소개한다. 현재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패션사진 전시를 두루 둘러보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갤러리 입성에 성공한 사진가들의 작품도 만나본다. 이어 한국 패션사진의 산증인인 김용호 사진
가로부터30년 전 그때 그시절 패션계 이야기도 들어본다.
생각해보니 패션만큼이나 세상도 빠르게 흘러간다. 그 속도에 뒤처지지 않으려고 숨차게 걸어왔다. 그러다
보니, 뒤늦게 알게 된 것. 그때는 결코 몰랐던 것. 문득 얼마전 읽은 책 <걱정하지 마라> 속 구절이 생각난다.
세상은 쉬어갈 틈 없이 바쁘지만 인생은 쉬어가도 괜찮은 거란다.
- <걱정하지 마라> 중에서
그땐 왜 몰랐을까. 쉬어가도, 또 느리게 가도 충분히 괜찮다는 것을.
글 박현희(편집장) · 디자인 | 전종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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