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월간사진 2018년 9월호 Monthly Photography Sep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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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로 보는 시대별 패션사진
현재 독일과 미국에서는 패션사진의 흐름을 조망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가 진행 중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의
면면을 보면 패션사진의 흐름뿐만 아니라 상업과 예술의 경계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패션사진의 팔색조 같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다.
에디터 | 박이현 · 디자인 | 전종균
어찌 됐든 패션사진의 목적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여는 것’이다. 소비자를 현 운 분위기의 패션사진도 만들어졌다. 이처럼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사진들
FA―SHI―ON HI―STORY
혹시키기 위해 그동안 사진가와 에디터, 스타일리스트들은 트렌드보다 앞서 의 등장으로 인해 패션사진의 스펙트럼은 한층 더 넓어졌다.
나가는 패션소품과 메이크업을 사진에 적용해왔다. 하지만 동시대 패션사진 위와 같은 패션사진의 함축적인 역사를 보여주는 전시가 바로 <Icons of
은 다르다. 오늘날 패션사진은 상업적인 측면을 넘어 가장 창의적인 사진 중 Style: A Century of Fashion Photography, 1911-2011>다. ‘패션사진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현재 미국 LA에서는 <Icons of Style: A Century of 역사’를 총망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 부르댕(Guy Bourdin)과
Fashion Photography, 1911-2011>와 <The Fashion Show>가, 독일 베 닉 나이트(Nick Knight), 이네즈 앤 비누드(Inez & Vinoodh) 같은 패션사진
를린에서는 <Between Art & Fashion. Photographs from the Collection 계의 거성들은 물론, 글레프 데루진스키(Gleb Derujinsky), 코린 데이
of Carla Sozzani>가 진행 중이다. 미국 전시는 패션사진의 역사에, 독일 전 (Corinne Day), 토니 프리셀(Toni Frissell) 등 우리에게 조금 낯선 이름의 사
시는 패션사진 콜렉터의 품격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에 이들을 살펴보면 대 진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시는 패션을 서사적으로
략적인 패션사진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바라보는 것은 물론, 장르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는 패션사진의 가능성도 제
시한다. 전시는 J. Paul Getty Museum에서 10월 21일까지 열린다.
미국 : 패션사진의 태동에서 전성기까지 한편, <The Fashion Show>는 <Icons of Style>을 보완하는 전시라고 할 수
패션사진은 1913년 <보그(Vogue)>와 바론 아돌프 드 메이어(Baron Adolph 있다. 갤러리 소장품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특정 시간과 장소, 과거와 현재
de Meyer)의 만남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보그>를 인수한 콘데 의 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고 있는 패션(사진)의 역사를 기리기 위해 기획됐다.
나스트(CondéNast)는 타깃 독자층을 부유한 사교계 여성으로 삼았고, 보다 출품된 패션사진 대부분은 20세기 중반에 촬영된 것들이다. <Icons of Style>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바론 아돌프 드 메이어를 사진가로 기용했 에서 볼 수 없는 사진들인지라, 두 전시를 함께 본다면 ‘패션사진 황금기’를
다. 그는 작업을 위해 사교계 미녀와 유명 여배우를 모델로 섭외했다. 그리고 보다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다. 노먼 파키슨(Norman Parkinson), 데이비드
모델을 꿈속의 주인공처럼 로맨틱하게 묘사했다. 촬영 대부분은 정교하게 세 몽고메리(David Montgomery), 바바라 뮬렌(Barbara Mullen), 윌리암 클
팅된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이렇게 탄생된 바론 아돌프 드 메이어의 패션 락슨(William Claxton), 제리 샤츠버그(Jerry Schatzberg), 조르주 댐비어
사진은 품격과 세련미, 예술이 조화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Georges Dambier), 카렌 라드카이(Karen Radkai) 등이 참여하는 <The
1920년대 패션사 중심에는 에드워드 스타이켄(Edward Steichen)이 있다. Fashion Show>는 Peter Fetterman Gallery에서 10월 20일까지 계속된다.
그는 사진이 회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스타이켄의 패션사진은
바론 아돌프 드 메이어와는 대조적으로 매우 현실적이었다. 모델은 당시 여 독일 : 패션사진 컬렉터의 품격
성들이 열망하는 옷을 입고, 다리를 꼬거나 몸을 기둥에 기대는 포즈를 취했 <Between Art & Fashion. Photographs from the Collection of Carla Soz-
다. 그의 패션사진은 젊은 사진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으로 zani>는 이탈리아 엘르(Elle)와 보그(Vogue) 매거진 편집장을 역임했던 까
다다와 초현실주의, 큐비즘 등의 사조를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간결한 를라 소짜니(Carla Sozzani)의 사진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다. 패션사진의
라인)로 치환한 조르주 회닝겐-휀(George Hoyningen-Huene)과 빛의 마 역사를 빛낸 사진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헬무트 뉴튼 재단
술사라 불리는 호르스트 호르스트(Horst P. Horst), 세련된 세트를 이용해 초 (Helmut Newton Foundation)에서 진행 중인 <Between Art & Fashion>
현실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 세실 비튼(Cecil Beaton) 등이 있다. 비슷한 시 은 그동안 그녀가 기획해온 전시의 일환이자, 헬무트 뉴튼과의 우정을 보여
기, 이들과 결이 다른 패션사진도 존재했다.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주는 자리다. 그녀는 자신의 갤러리를 통해 지금까지 데이비드 라샤펠
패션은 현실 도피 성격이 강했다. 고급스러움과 화려함을 패션에 반영했다. (David Lachapelle), 사라 문(Sarah Moon), 애니 레보비츠 (Annie Lei-
사람들은 패션(사진)을 통해 정서적 위안을 얻었다. bovitz) 같은 패션사진가들의 전시회를 개최했다.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사
1950년대는 패션사진의 황금기로 불린다. 크리스토발 발렌시아가(Cristo- 진만 해도 거의 1천여 장 수준이라고 한다. 패션사진 외에도 듀안 마이클스
bal Balenciaga)와 크리스티앙 디오르(Christian Dior) 같은 패션 디자이너 (Duane Michals), 모리야마 다이도(Moriyama Daido), 베러니스 애보트
와 리차드 아베돈(Richard Avedon)과 어빙 벤(Irving Penn) 같은 불세출의 (Berenice Abbott), 프란체스카 우드먼(Francesca Woodman) 등의 작품
사진가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는 ‘반문화 혁명’의 시 도 수집했다. 실험사진, 예술사진, 패션사진 구분 없이 다양한 사진을 수집
기답게 패션사진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윌리엄 클라인(William Klein)은 한 것을 보면 그녀가 사진 자체를 즐기고 좋아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리에서 패션사진을 찍었고, 닐 바(Neal Barr)는 독특한 패턴을 자랑하는 전시는 까를라 소짜니가 소유한 1천여 장의 사진 중 220장을 선별해 기획
옷에 사진가의 감정을 실었다. 헬무트 뉴튼(Helmut Newton)과 크리스 폰 했다. 그중 백미는 헬무트 뉴튼과 사라 문, 브루스 웨버(Bruce Weber), 파울
바겐하임(Chris von Wagenheim)은 공격적이고 섹슈얼한 이미지를 생산했 로 로베르시(Paolo Roversi) 작품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들의 오리지널
으며, 도네일 루나(Donyale Luna)와 비벌리 존슨(Beverly Johnson)을 필두 프린트와 밀착 프린트, 메이킹 필름 등이 배치된 그곳에선 패션 거장들의 마
로 하는 흑인 여성들이 잡지 모델로 선정되기 시작했다. 1980년대와 1990 스터피스가 탄생되는 과정을 축약해서 볼 수 있다. 패션사진 일선에서 활약
년대 들어 패션사진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 여성들의 탄탄한 몸매가 부 한 까를라 소짜니의 안목을 통해 패션 아이콘을 만나보는 것은 물론, 그들의
각됐고, 남성의 섹슈얼리티가 강조됐다. 또한, 슈퍼모델이 탄생했으며, 어두 아우라까지 느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11월 18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