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이한우 개인전 묵언 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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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의 글
초대의 글
요즈음 미적 감상은 그저 오롯이 감상자의 몫으 이한우 화백은 이번 전시회의 전체 주제를 <묵
로 돌리는 추세다. 그렇게 된 사연은 인간의 인식, 언; 默言>이라 명명했다. 이 개념을 통해 자신의
지각의 정체에 대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다. 과 예술작업을 보라는 뜻일 거다. 그러므로 감상자
학적 인식의 객관성조차 담보할 근거가 없는데, 에게 오롯이 맡기기보다, 그가 던지는 미적 메시
애초에 주관성을 피할 수 없는 미적 감각, 감정의 지를 통해 해석할 여지를 준다는 점에서 친절한
보편성을 주장하면서 감상자가 그것을 발견하고 작가다. 그런데, 이 <默言>이라는 말이 의미심장
향유하리라 여겼던 게 어불성설이었다. 물론 여 해 혼란에 빠뜨린다. <묵언>은 <無言>으로 해
기에 불을 지핀 건, 날이 갈수록 난해해진 예술의 석할 수도 있지만, <침묵의 말>이기도 하니, ‘말
정체성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 않겠다’는 것인지, ‘할 말이 없다는 것인지’, ‘
말하지 않으나 할 말은 있다’는 뜻인지, 헷갈린다.
그래서 작품의 창조자인 작가마저, 자신의 작품 그림은 시각적인 것이어서 청각적 요소를 포함하
에 관해 언급하지 않으려 한다. “작품은 탄생한 순 는 언어로 전환하기 어려운 구석이 있지만, 상형
간, 작가의 것이 아니라 감상자의 것"이라 말하 문자를 포함하여 언어의 기호적 표현은 시각성을
면서 작품의 제목조차 달지 않기도 한다. 그렇다 지니고 있어 그림의 언어적 기능이 없다 할 수 없
고 감상자가 멋대로 감상한다는 게 가당키나 한 다.
가? 작품의 탄생 배경,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보통 감상자의 바람 그러나 그림은 일반적으로 선, 형태, 색, 명암 등
이다. 으로 우리의 감성에 미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기본이어서 언어적 의미는 부가적일 수 있다.
이한우 화백이 <묵언>을 통해 전개하고 있는 그 그러나 그림의 이미지가 던지는 메시지, 즉 언어
림의 전시는 미술의 가장 기본적인 형태미와 더 적 기능을 더한다면, 미적 감정은 감정에 끝나지
불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아니면 무엇 않고 그것을 초월한다. 때로는 정치적이기도, 역
을 침묵하고 있는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이 전 사적이기도, 철학적이기도 한 의미 확대가 이루
시회에서 감상자로 나서는 우리의 몫이 되겠다. 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내는 일이 감상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싶다. -정보주 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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