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하나님이 주신 멍석에서 멋지게 놀아라(최웅섭이야기)증보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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었다. 여기까지도 좋다. 아직도 어떻게 누구를 만나러 왔는지 물어                                                         3년 동안 한국에서 가져온 샘플은 집에 자꾸만 쌓여갔으나 어디

            보지 않고 자기들끼리 일만 한다. 나는 멍한 상태로 가만히 서 있다.                                                     서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도 없고 오로지 사람

            말할 기회도 주지 않는다. 10분이 지나고 30분, 어떤 곳에서는 한 시                                                   들을 수없이 만나서 관계를 맺다 보면 어떻게 되겠지, 하고 만난 사
            간 이상을 기다리게 한다. 그러나 속에서 열불이 올라와도 참을 수                                                       람들 리스트를 정리해서 지속적으로 찾아다녔다. 이때까지 취급한

            밖에 없다. 물건을 팔려고 온 사람이니까. 아니 장사꾼이니까. 나는                                                      제품이 무려 160여 가지가 넘었다. 볼펜, 유에스비 (USB), 노트, 껌, 건

            솔직히 당시는 보따리 장사꾼이었다.                                                                        축자재, 화장품, 각종 기계류, 차량부품, 이쑤시개, 각종 전자제품, 와

              이러한 문전박대를 당하기를 수없이 하면서 2년이라는 세월이 흘                                                       이셔츠, 넥타이 등 한국에서 새로운 아이템이란 아이템은 전부 가져
            렀다. 이 기간에는 서러워서 혼자서 수없이 운적도 많다. 내가 왜 이                                                     다 시도를 해봤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래야 하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내가 뭐가 부족해서 이                                                        시간이 지나면서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내가 신분이 정확하지 않

            놈들한테 무안을 당하고 멸시를 당해야 하지? 등등 서럽고 슬픔 마                                                       은데 어떻게 나를 믿고 선수금을 줄 수 있겠는가? 시간이 한참 흐르

            음에 견디기가 너무나 힘들었다. 하지만 이미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고 난 후에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물건도 물건이지만 내 신분이 정
            들은 이상 언젠가, 어디서 터지고 말거야, 라고 스스로를 다독이고                                                       확해야 하고 그다음이 물건이라는 사실을 그때서야 깨달은 것이다.

            기대하면서 버텼다.                                                                                   신분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데 어느 날 한국 대기업의 종합상사 러

              하루 종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 집에 오면 아내는 잔소리를 수                                                       시아 지사장이라면서 전화가 왔다. 자기가 모스크바에서 한국 대그

            없이 해댄다. “당신 미쳤어요, 뭐하는 짓이에요?”라며 지칠 대로 지                                                     룹의 종합상사 지사장으로 근무하는데 바쿠에 가는 길에 만날 수 있
            친 몸을 이끌고 겨우 집에 온 사람한테 위로는커녕 잔소리만 해대는                                                       느냐고, 그렇게 한국 대그룹의 상사 지사장을 만나 인연이 되어 한

            아내가 정말로 미웠다. 하지만 어쩌랴! 내가 선택한 길인데!                                                          국 대그룹의 상사 아제르바이잔 지사장 역할을 했다. 실패에 실패를

              시간은 자꾸 흘러가는데 어디 한 군데서도 시원한 대답이 오는 데                                                      거듭하고 있다가 이제는 뭐가 될 것 같았다. 물건도 다양하게 공급

            가 없다. 물건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것이다. 입이 불어                                                      받을 수 있고 한국 대기업의 종합상사가 있으니까 당당했다.
            터지라고 제품 설명을 하고 나면 제품의 서비스는 어쩌고저쩌고 하                                                          한국 대기업의 종합상사에서 첫 번째로 준 물건이 후지카메라였

            지만, 나는 한국 사람이고 한국 물건이 좋으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다. 카메라에 대해 어느 정도 공부한 후 후지카메라를 가지고 HP 회

            해도 요지부동 방법이 없었다.                                                                           사를 찾아갔다. 그 회사에서 반색을 하며 맞아 주었다. 자기들이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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