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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익 -85-
(평론) ‘환향’, 인간과 자연, 그리고 삶에 대한 보고서 (2021년 ‘환향’- 개인전 서문)
김상철(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작가 조광익의 물리적인 ‘고향’은 순천이지만, 그의 화업에 있어 ‘고향’은 전통적인 남도 산수이다. 아산(雅山) 조방원(趙邦元) 선생으로
부터 비롯된 그의 예술 역정은 끊임없는 타향에서의 치열한 분투였다. 그것은 끝이 없는 여정이고, 답이 없는 갈구와도 같은 것이었다. 어
렵사리 쌓은 성과를 부정하고 다시 쌓아 올리는 끊임없는 자기부정의 과정을 통해 그는 변신하고 변화함에 주저하지 않았다. 이제 그는
그간의 성과를 한 아름 안고 ‘환향’을 이야기한다. 그것은 단순히 고향으로의 나들이가 아니라 그간의 분투와 노력, 그리고 성취와 성과를
펼쳐 보임으로써 자신이 처한 현재의 좌표를 확인하고자 함이라 생각한다.
그의 작업은 수묵으로부터 비롯되고 또 귀결된다. 이는 전통산수를 통한 입문과정에서 익힌 수묵을 의미하는 동시에 그의 작업 전반을
관류하는 정신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의 작업은 적잖은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전통적인 관념산수에서 실경을 통한 새
로운 모색,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이상 공간을 구축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부수고 다시 쌓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
해 자신을 확인하고자 하는 치열한 것이었다. 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치열하게 새로운 시대정신을 표출하고자 한 작가정신의 발로라 할
것이다.
초기 그의 작업은 ‘새로움’이라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을 것이다. 전통과 현대라는 상충적인 가치의 충돌이라는 모순에서 그는 ‘새로움’
이라는 것을 통하여 현대에 접근하고자 하였다. 소재의 변용과 표현의 변화를 통해 새로움에 접근함은 이른바 ‘현대’라는 가치를 구현하
는 방편이었다. 이는 재료의 개방과 소재의 확장이라는 당시의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기도 하였다. 특히 전통적인 필묵에서 벗어나
수묵의 물성을 재료적 기능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성은 당시 작업에서 두드러진 것이었다.
이후 그의 작업은 다시 산수에 대한 천착을 통해 ‘현대’라는 가치를 구현함으로 모아진다. 특히 수묵에 대한 진지한 탐구와 조형에 대한
실험은 결국 몇 차례의 실험적 과정을 거쳐 ‘인왕산’이라는 특정한 주제를 통해 구체적인 성과를 드러내게 된다. 주지하듯이 인왕산은 겸
재(謙齋) 정선(鄭敾)에 의해 그려진 후 한국화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대상이기에 선뜻 소재로 삼기 꺼려지는 것이다. 그는 굳이 인왕산을
화두로 아침저녁으로 인왕산을 드나들며 그 속으로 파고들었다. 매일 인왕산을 종횡하며 표피적인 형상에 현혹되지 않고 내면으로 스며
들어 그 본질을 포착하고자 하였다. 당시 그는 늘 등산복 차림으로 일관하며 온전히 모든 것을 인왕산에 걸고 있었음을 직접 목도 한 바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전통적인 관념산수는 물론 겸재의 인왕산 그림과도 구분되는 자신만의 세계를 찾고자 하였다. 필자는 그의 작업이
일변한 가장 극적인 장면으로 바로 이 시기를 꼽음에 주저하지 않는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분명 그만의 인왕산을 구축해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