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포트폴리오-조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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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광익           -87-



           (작가노트)

                            여경(餘景)-바람이 머문 시간 들                                            삶은 나눔! 나의 재능은 나의 것이 아니다

                                                                                          삶의 존중이 신성한 예술을 만들어 낸다


                            나는 여경 개념 산수작가다. ‘여경’(餘景)은 ‘가슴속에 남아있는 경치’라는 뜻으로 쓴 조어다. 이에 일명 ‘여경

                            산수’는 ‘산천의 형상기억 속에 작가의 사상이나 철학 등의 생각을 담아내는 작업 방식’이다. 전통산수의 관념
                            과 사실을 상호 보완의 상종관계로 융합한 개념정립으로 쓰기 고쳐 쓰기의 반쯤 버리기와 취하기를 반복하며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러한 세월 먹 갈고 붓만 씻어온 탓에 세상살이가 서툴렀다. 이웃들의 응원과 가족의 희생이 함께한 길, 덧붙
                            여 말하자면 그림은 나 혼자 그린 것이 아닌 셈이니 그 결과물 또한 내 것도 아니다. 그것이 고작해야 허약한

                            붓 한자루의 역량에 부끄럽기도 하지만, 작으면 작은 대로 크면 큰 대로 쓰임이 있으리라 위로하며 살았다. 그
                            쓰임, 각자의 재능들이 모여 종래, 나눔이 되고 화합과 공존이 된다는 사실을 늦게서야 깨달았다.


                            이러한 삶의 나눔과 공존의 존재 방식 안에서 그림은 나의 존재 이유이자 내 능력치의 가장 잘할 수 있는 빚진

                            세상의 보답이다. 꿈 꾸는 세상 누군가의 삶이 더 나아지게 돕는 일, 우공(愚公)의 붓질로 산을 오르며 숲 속의
                            바람에 이르렀다. 그 바람 어디에나 있고 누구의 것도 아닌 공공선(公共善)의 숭고함이다. 그 숨결에 살며 사

                            랑하며 햇살에 바람이 머물러 색(色)이 되어가는 시간 들, 나는 내 작은 사색의 정원에 바람이 보이고 물소리
                            가 들리는 기운을 담으려 마음을 보탠다.


                            작업은 ‘멈추고 보기’로부터 시작된다. 슬픔을 잊고자 한 생각의 멈춤이다. 그림 그리는 시간은 내 영혼의 본

                            성에 가장 가까이 다가가는 시간이다. 현실의 고달픔도 불확실한 미래의 생각도 멈춘 고요의 세계다. 생각이
                            멈추면 그때서야 비로소 나는 영원의 세계로 나아 가는 무욕의 문이 열리고 천사는 내 아픔 가까이에 치유의

                            뮤즈들을 불러 내준다. 그들의 신명으로 내 그림이 탄생 된다. 2021년, 조광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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