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4 - 생명의 샘가 2022년 5-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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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오월이 되면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초가집 처마에
               고드름 열리고
               지치지 않은 문풍지 소리
               겨울을 얼리면

               건넌방에 쌓아 놓은 고구마
               화롯불에 올려 말없이
               구워주시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겨울이 오면 논에 물 담아두고
                                            얼은 논바닥에서 팽이 가르쳐주시며
               어둠이 쌓인 눈 삼키고                 썰매 끌어 주시던 아버지,
               문풍지 소리 깊이 잠들며
               초저녁 따뜻한 온돌 방                 눈 쌓인 아침이면
               식어지는 새벽녘이면                   잠자던 아들 깨워 마당을 쓸고
                                            동네길 눈을 같이 쓸던 아버지,
               설 잠자는 아들을
               따뜻한 품으로 끌어 앉고                ......
               데워주시던 아버지가 그립습니다.
                                            지금,
                                            문풍지 소리 들리지 않고
                                            처마에 고드름 열리지 않는
                                            겨울이어도
                                            어버이 날이 있는 오월이 오면
                                            식어진 방바닥에서
                                            품으로 몸을 데워주시던
                                            아버지가 더욱 그립습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담임, 기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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