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조연경 초대전 4. 26 – 5. 13 장은선갤러리
P. 4

고차원의 패턴 1
                           60x60x10cm  2021  부분





















           작가노트


           자연의 순환 속 명상..
           주로 자연의 형태와 색상으로부터 작업의 영감을 받는다. 섬유 소재의 평면성에서 벗어나 삼차원의 공간성을 구
           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섬유의 원초적인 소재인 실을 비롯하여 노끈이나 철망 한지의 원료인 닥 섬유 등을 탐
           구하고 다양한 규모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질서를 존중하고 순응하고자 하는 인
           간의 깊은 사유를 다양한 소재와 형태의 대비를 통해 시각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재봉틀의 속도감으로 즉흥적
           인 감각이 표현되는 실선의 자유로운 움직임은 살아 있는 생명성을 의미한다. ‘실’이라는 소재를 씨실, 날실 구조
           로 전통적인 직물에 귀결되는 방식이 아닌 ‘실’ 그 자체를 독립적으로 다루고 있다. 실을 사용하여 투명성과 불투
           명성, 가변성과 고정성 등의 대립적 물성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작업하면서 부드럽지만 강하게 평면과 입체로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을 한다.


           또한 작업은 비정형 작품과 정형 작업의 공존을 보여주기도 한다. 유기적인 형태의 실 작업이나 닥 섬유 작업과
           는 상대적으로 단단한 구조를 지닌 노끈으로 정형 작업을 진행한다. 적당한 두께의 노끈을 빈틈없이 돌려 박아 원
           반 형태로 면을 이루고 스케일을 확장 시키며 스티치의 반복적 행위를 통해 시간성이 시각화된다. 완성된 형태의
           표면은 거칠면서도 규칙적인 것이 특징이다. 거친 표면 위에 여러 층의 색을 입히며 재료 본연의 질감을 드러내고
           단단히 굳혀진다. 실과 실을 박아 면을 확장 시키는 중 재봉틀의 밑실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보빈의
           실을 박기 시작한다. 그것은 어떤 시작과 끝을 의미하고 또한 새로운 시작이나 회복의 의미도 담고 있다. 끝과 시
           작이 한 지점에서 일어나고 그 지점은 도드라진 매듭을 갖게 되는데 그 매듭은 흠으로 감추려 하지 않고 그 매듭
           중 보기 좋은 위치의 것에 화룡정점을 찍어 전통 기법인 금박 장식으로 마무리한다. 전반적인 작업 안에서 보여
           지는 원의 형태는 조형적으로 보면 무한한 움직임과 회전의 항상성을 지닌 동적인 형태인 동시에 특정한 방향을
           갖지 않는 정적인 형태이기도 하다. 동양의 사상에서의 자연을 바라보는 견해는 끊임없는 생성, 소멸의 반복이 순
           환된다고 말한다. 긍정, 영원성 이 밖에도 풍요, 숭배 거룩함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다양한 조형적인 요소들을 표
           현하는 가운데 작업하는 행위 안에서 나 자신이 정화되는 평온함을 느끼며, 거대한 자연 속에서의 순리를 따르며
           살아가야 한다는 인생의 의미를 전한다.
                                                                        2023년 3월
   1   2   3   4   5   6   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