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0 - 전시가이드 2025년 05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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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황금쟁반 (Golden Tray), 730x228cm1,000호), Mixed Media, 2023~2024
일반 작품과 달리 대형 공간에 설치되는 큰 작품은 건축물의 특성과 용 적 해석을 부여하며, 색과 빛의 깊이, 질료적 중첩을 통해 독특한 화면을
도를 이해하고 접근해야 한다. 이를 위해 Hybrid<혼성>와 Conver- 구성한다. 작가가 말하는 “금색은 화려함이 아닌 잉태와 축복”이라는 발
gence<융합>적 요소를 갖추어야 하며 Artistry<예술성>은 필수요소 언처럼, 그의 색채는 장식이 아니라 상징이자 철학이다.
이고 Decorativeness<장식성>, Symbolism<상징성>, Empathy<공
감성>, Practicality<실용성>도 고려해야 하며 대형공간에 설치되는 작 형식적으로도 오진국은 평면 회화에 머물지 않는다. 릴리프 기법, 입체
품은 기획단계에서 부터 대중성<popularity>과 공익성<public inter- 재료의 부착, 디지털적 감각의 화면 분할 등은 전통 회화의 경계를 허물
est>은 물론, 설치, 운반과 관련한 Mobility<이동성> 등 세심한 준비를 고 있다. 오일과 아크릴, 수성과 유성의 조화는 서로 다른 재료 간 긴장
필요로 한다. 을 유도하며, 회화라는 장르 안에서 재료적 실험을 넘어선 표현의 자유
를 획득하고 있다.
실험과 조형 감각 – 물성의 예술학 <무명>과 영성 – 회화의 내면으로 흐르는 강
오진국의 작업실은 전통적인 회화의 아틀리에라기보다 실험실에 가깝 전시작 중 <무명>은 불교 철학에서 착안한 깊은 사유의 결과물이다. ‘무
다. 그의 창작은 ‘그리는 행위’ 이전에 ‘재료에 대한 탐구’에서 출발한다. 명(無明)’은 윤회의 근본 원인으로서의 무지(無知), 즉 사물의 본질을 인
목재, 금속, 도료, 분말, 석채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재료는 식하지 못하는 인간의 상태를 의미한다. 이 작품은 수십 겹의 화면 레이
회화적 표면을 넘어서 작품 그 자체의 구조로 기능한다. 어 속에 색과 질감, 보색의 대비를 통해 존재의 흐름과 번뇌, 그리고 해탈
의 가능성을 시각화한다. 각각의 색면은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러나 강
특히 석채와 자개분말, 금·은·동 안료의 활용은 전통 단청의 안료에 현대 렬한 울림을 동반한 존재의 이야기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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