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윤경 초대전 2023. 6. 7 – 6. 17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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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하늘바라기_2106  116.8x80.3cm
                                                              Mixed media on canvas  2021










           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색깔은 사실적인 색채이미지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
           고 해서 계절색을 완전히 무시하는 건 아니다.


           작품에 따라서는 색채를 통해 계절을 유추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렇더라도 특정의 계절을 의식했다고 보
           기도 어렵다. 그에게 색채이미지는 현실적인 감각을 반영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물론 실재하는 나무를 통
           해 받아들이는 감동의 표현이기에 현실적인 감각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그의 작업에서
           색채이미지는 실제를 통해서가 아닌, 의식과 감정의 흐름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아야 한다. 현실적인 색채
           이미지가 남아 있더라도 실재하는 나무의 색깔을 재현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의 초기 작업은 나무를 소재로 하는데 대한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다시 말해 누구나 소재로 삼는 나
           무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방법과 다른 길을 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인지 묘
           사를 하지 않고 작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고, 그 결과 나무라는 물성에 착안하게 되었다. 따라서 나무 조
           각이나 종이죽 또는 숯을 사용하여 작업했다. 이들 재료를 이용해 나무 형상을 만들고 채색을 입히는 방식
           으로 진행되었다. 이는 나무를 실제처럼 착각하도록 하는 일루전이 아니라 나무 그 자체의 직접적인 제시
           이다. 이렇게 보면 그의 작업은 전통적인 묘사방식인 사실주의나 인상주의가 지향해온 실상의 재현 또는
           실상의 재해석과는 완연히 다른 현대미학을 수용하게 된 셈이다.


           나무라는 형상이 있을 뿐 묘사가 존재하지 않으니 물질로서의 가치, 즉 물성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남을
           뿐이다. 또한 나무 조각이나 종이죽, 그리고 나무로 만들어진 숯을 사용함으로써 물감이 지어내는 이미지
           와는 사뭇 다른 조형 세계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자잘한 나무 조각을 이어 붙여 나무 형상을 만드는 과
           정은 현대미학의 방법론과 일치한다. 오브제의 활용일 수 있고, 질료로서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작품
           에 따라서는 나무 조각으로 전체를 메우기도 했다는 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이러한 작업은 지극히 개념적이다. 나무라는 실재하는 재료를 사용하나 작업은 실제와는 상관없는 개념적
           인 이미지일 따름이다. 묘사를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그림과는 확연히 다른 상황이다. 나무라는 실재하
           는 소재가 있음에도 그림으로서의 묘사 또는 표현과는 전혀 다른 물질을 사용하여 단지 나무의 개념적인
           속성만을 드러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나무 조각, 종이죽, 숯이라는 재료는 ‘나무 그림’이라는 대전제를 충
           족시키는데 필요한 하나의 개념적인 재료일 뿐이다.


           이렇듯이 그의 작업은 나무의 형상이라는 데서 출발하여 점차 오브제 사용을 줄여나가면서 회화적인 이미
           지를 복구하게 되었다. 즉 물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시각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게 된다. 따라서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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