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 - 이귀화 개인전 2022. 12. 7 – 12. 13 장은선갤러리
P. 4

사람은 어떻게 아름다워질 수 있는가?








                 초이아트센터 이귀화 화백님


                 내설악 자연의 품속에 안겨있는 초이아트센터를 찾았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작업을 이어가고 계신 이귀화 화백님의 작품 앞에 섰습
                 니다. 풀들이 화폭에 넘실댔습니다. 풀잎들이 온갖 방향으로 뻗어 중첩된 모습.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주목하지 못했던 잡초였습니다.
                 설악산의 수많은 나무와 꽃들을 뒤로하고 화폭의 주인이 된 풀에서 발길을 옮길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척박하거나 상처 난 땅 어디서나 제일 먼저 잎을 내는 잡초입니다."

                 제 의문을 읽은 이 화백님께서 제게로 다가와 운을 뗐습니다.


                 "사람에 의해 아직 이름조차 얻지 못했지만 언제나 있어야 할 곳에서 싹을 틔웁니다. 이렇게 많은 잎들의 더미 속에서도 절대 서로 엉
                 킴이 없죠. 허리 굽혀 잡초를 살피는 동안 가장 낮은 곳에서 함께 자라면서도 잎 한 장도 뒤엉킴이 없는 질서를 보았습니다."


                 이 화백님은 원통에서 복무 중인 장병들의 그림을 지도하는 봉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잡초의 질서를 통해 세상 모든 것의 주권을 가
                 진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삶입니다.

                 초이아트센터 뒤뜰에 수십 명이 함께 그림을 그릴 스튜디오를 만들고 휴일마다 장병의 선생이자 어머니가 되어 그림을 그리는 창조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거듭날 수 있도록 사랑을 쏟고 있습니다.

                 장병들 한 명 한 명에게 손 내밀고 경청하고 공감하는 동안 스스로도 몰랐던 가슴속 엉킨 마음이 풀어지고 있음을 화폭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입대하고 전역하는 장병들을 맞고 보내기를 20년. 세상의 누구보다도 많은 자식을 둔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림은 이 화백님과 장병들을 이어주는 '진심'의 통로였습니다. 말로서는 표현될 수 없는 진심이 수없이 오가는 동안 신병의 닫혔던 마
                 음은 전역의 이별이 다가옵니다. 그때쯤이면 건너지 못했던 강을 건너 자신과 화해하고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긍정으로 충만한 청년을
                 만나게 됩니다.


                 내설악에 가면 온통 흰머리로 변한 모습으로 본질이 위태로워진 시대, 붓을 쥔 모성으로 세상의 헝클어진 가닥을 펴는 아름다운 시간
                 을 살고 계신 화백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이 안 수 (아티스트 레지던스, 모티프원 대표)












          2
   1   2   3   4   5   6   7   8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