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 - 현우식전 2024. 2. 11 – 2. 15 제주특별자치도 문에회관 1전시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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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노트 >










                  곱게 글씨를 잘 쓰고 법첩 형임을 잘해야 예술적인 것은 아니다. 육조풍의 비첩을 상당기간 공부했다. 이왕 중
                  심의 법첩에도 매달렸다. 그러나 쓰고 나면 항상 부족했다. 그래도 준비된 것이 없으니 되는 대로 그냥 법첩을
                  썼다. 물론 임서가 중요하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 “모방만이 최선인가?” 또 “법서 과정에 내가 차지해야 할 자
                  리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여러 가지 의문은 한천 선생님을 만나면서 해소할 수 있었다.


                  필선에 자기의 감정을 드러내어야 한다. 美도 있고 醜도 있고 巧도 있고 拙도 있다. 공부과정에 누구나 겪는 전
                  통법서 외의 특성미가 드러나는 갑골, 죽간, 금문, 진예, 와당, 전문, 대전 등을 공부하고, 명말·청초의 광초심미
                  를 접하면서 새로운 심안을 가져야 현대성을 기를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인위적 조탁의 미를 뛰어넘어 무의식적으로, 우연히, 즉흥적으로 풀어내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야 하고, 개
                  성적이고 유희적이며, 옛 틀에서 벗어나야 시대심미를 담을 수 있다.”는 필묵의 유현한 경지를 알았다. 길이 험
                  하고 힘들더라도 참고 쉼 없이 갈 것이다. ‘공부란 산 위에 산’이라지 않는가? 지금처럼만 걷는다면 뜻한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30여년의 교도관생활을 마무리하면서 틈틈이 공부했던 결과로서, 부족하지만 기념할 만한 흔적을 남기려고
                  개인전을 준비했다. 정년하고 나면 수용자들에게 서예지도를 하며 보람된 교정의 새로운 길을 걷고 싶다. 개인
                  전 준비기간 내내 한천 선생님의 지도와 격려는 큰 힘이 되었다. 게으르다 싶으면 ‘왜 붓을 잡지 않느냐’며 다
                  그치던 집사람 내조도 크다. 그리고 배경석 소장님과 직장동료분들의 성원이 없었으면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
                  이다. 깊이 감사드린다.


                                                                                              갑진년 정월
                                                                                    생기헌에서 남은 현우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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