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선영 초대전 8. 6 – 8. 14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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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정신 : 시적 정취에서 바라보다.
1. 전통을 재해석하다.
지난 시절 한국화 전공자들은 타 장르 전공자들에 비해 전통에 대한 과중한 부담을 안고 있었으며,
재료의 한계와 소재의 빈곤으로 현대성 모색에 어려움을 겪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발전적
으로 원용되지 못하고, 오히려 엄격한 자기 검열의 방식을 강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최근 수
년간 한국화(동양화)를 전공한 작가들이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전통의 자유로운 해석,
새로운 상상력과 담론, 확장된 재료를 통해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한국화 전공자들의
약진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발현시키려는 각고의 노력으로 성취된 것이다. 그들은 전통을 새롭게 재
해석하고 동시대성을 이끌어 내어 한국화단을 한층 풍부하고 신선하게 한다.
2. 동양적 사유에서 출발하다.
이러한 새로운 변화 속에 김선영의 작업이 있다. 작가는 '동양적 정신성을 현대적이고 국제적인' 감각
으로 재해석하는 일련의 작업을 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동양화(한국화) 석사를 마친 후 미국 유학
생활을 통해 체득된 변화로 보인다. 동양적 사유를 국제적인 감수성으로 재조명하여 세련된 화면에
펼쳐 보이고 있다.
작업은 동양적 사유에서 출발한다. 동양에서는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것보다는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욱 큰 뜻을 담고 있다는 형이상학적 사유태도가 우세했다. 따라서 눈에 보이는 것 너머에 존재하는
불변의 본질을 파악하려고 노력한다. 참고로, 인류문명사에서 대상을 시각화하는 방법은 두 가지의
방식이 있다. 하나는 사물의 외형을 닮도록 시각화하는 초상(肖像)적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상징적
방법이다. 서양에서는 대체로 외형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우세했다면, 동양은 그 반대편에
서있다. 동양의 이러한 방식은 조형활동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이미지를 상징적, 추상적으로 시각화
는 경향이 강하다. 작가의 작업의도가 자연의 겉모습이 아니라 "자연의 내면에 함축되어 있는 자연
자체의 본질과 그 안에 투영되어 있는 저와의 대화를 그리려고" 한다는 점에서 동양적 사유를 엿볼
수 있다.
3. 동시대 국제적 감수성으로 재구성하다.
작업의 주제는 '자연의 정신'이다. 작가는 자연의 본질을 "창조의 질서와 조화를 제시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순화하고 정화하는 힘"을 가진 것, 즉 "조화로운 에너지"라 얘기한다. 그녀는 자
연을 통해 순수하고 평화로워지며, 때론 열정적이고 활동적인 에너지로 가득 채워진다. 작가는 이
런 체험을 거시적 사건에서 느끼는 것이 아니다. 작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삼라만상과 교감하며 체
득한다.
'자연의 정신'이란 다분히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김선영은 추상화(抽象化) 과정과 서구적 조형방법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