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선영 초대전 8. 6 – 8. 14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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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담(平淡)’과 ‘자연의 정신’
본인은 자연을 통해 완전한 조화로움과 창조의 질서를 깨닫게 된다. 실상 우주의 법칙은 창조와 질서
의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해체와 무질서의 방향으로 진행되어지는 것이다. 때문에 완전한 창
조와 질서를 내포하고 있는 자연 그 자체는 그 안에 이러한 우주의 법칙과 대치되어지는 조화의 에너
지를 내포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자연의 완전한 조화의 에너지는 감상자에게 감정이 순화되어지는
작용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자연에서 얻어지는 감정의 순화적 효과를 작품의 투명한 색채들을 통해
강조하였다.
재료적인 측면에서는 동양화 물감과 비단을 사용하고 있다. 물을 통한 번짐이 본인의 작업에 있어서
는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물의 속성과 시간 조절의 이용이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섬세한 선
의 강조와 여백의 강조 등도 이러한 번짐과 적절히 마름의 관계 속에서 신중히 이루어진다. 이러한
맑고 투명한 효과는 우리가 자연에서 느끼는 정화되어지는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의도적으로 이용되
어진다. 투명하게 겹쳐지는 효과는 동양적 재료, 즉 투명성은 동양적 재료 효과의 극대화란 차원에서
그 발상을 가지고 있다. 또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자연 본질의 문제에 대해 좀 더 담백하게 감상자
에게 접근하고자 한다.
동양회화가 가지는 투명성은 우선 그 재료의 특성으로부터 시작된다. 투명하다, 맑다라는 것은 작업
의 실기적 측면에서 살펴 볼 때 그 재료와 깊은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그림의 화면이 되는 밑바탕에 안료가 매우 섬세하게 안착되어지거나, 염료처럼 그 섬유소에 아
주 스며들었을 때 우리는 그 빛깔이 투명하다. 맑다라고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즉 그 재질자체가 매
우 얇아 그 위에 엊혀지거나 스며드는 재료가 매우 섬세하게 요구됨에 따라 그 투명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또한 동양적 재료들은 그 오랜 역사성에 의해 재료의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많은 의미 부여와 오랜
해석으로 그 철학적 의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즉 먹의 개념화와 이에 따른 담채의 발달, 투명성으
로 자연스러움에 도달하고자 하는 정신성, 지워나가려는 동양적 형상의지, 상상적 유추에 의해 표상
되어지는 색을 본인 작업에 담고자 하였다. 자연의 보이지 않지만 강한 생명력을 담하고 맑게, 그리
고 조용히 보여 주고 싶은 평담의 정신으로 나타내고자 하였다. 고요하지만 바라보는 이에게 평화를
주는 자연처럼 내 그림을 바라보는 이들에게 잔잔한 평화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 김 선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