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 - 김선영 초대전 8. 6 – 8. 14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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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 피어남 - 투명성 II  53x4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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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용하여 표출한다. '상징화된 색과 추상화된 형태를 통해', '여백의 공간성과 선적인 아름다움을 강
          조'함으로써 주제를 표현하려 한다. 자연의 사물은 작가의 심상을 통해 분석되어 재해석되고, 재구성
          됨으로써 자체의 본질을 발현하도록 의도된다. 작품 속에 나타나는 모티브는 구체적인 개별자가 아
          니라 개념만이 남게 되며, 작가에 의해 새롭게 형태를 받고 색채가 입혀졌다. 즉, 현실을 재현한 것이
          아니라 주관적 관점에서 재구성되고 체험된 자연의 표상이다.

          또한, 작가는 화면을 일관된 형식으로 구성한다. 다양한 소재를 표현함에 있어 '집중-확산'의 기운이
          보인다. 중심에서 주변으로 퍼지어 나가는 기운은 마치 음양의 이치를 보는 듯하다. 밝고 경쾌한 색
          채는 번지고 스며들며 화면 가득 펼쳐진 형태의 일부가 된다. 색채는 대체로 통일되어 하나의 계열색
          이 주조를 이루어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며, 형태는 색채와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된다. 화면에
          서 느껴지는 조형방법은 한국의 전통적 화면구성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서구의 조형방식에
          가까우며, 서구문화의 영향으로 수용된 동시대 감수성이라 할 수 있다.


          4. 클로즈업을 통해 시적 정취를 만들다.
          김선영 작품에서 보여지는 동시대 감수성은 클로즈업된 화면구성 방식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클로즈
          업 방법을 활용함으로써 자연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적 순간을 만들어 내며, 바라보는 시각을
          변화시킴으로써 우리에게 사물의 본질을 대면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작가는 클로즈업 방식이 구체
          적인 사물의 정체성과 시간성을 앗아 가는 효과를 통해 자신의 주제를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먼저, 클로즈업은 사물을 현실의 시공간에서 격리시키고 강조하여 시적 순간을 만들어 낸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우리에게 편안한 일상이 아니다. 정지된 시간 위에 머무르게 되는 우리의 인식은 상황
          의 일탈을 경험하며, 사물에 대한 응축된 의미를 강렬하게 인지하게 된다. 즉, 대상을 압축적으로 인
          식하게 되는 시적 정취를 통해 우리는 그 대상에 대한 총체적이고 강렬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그것
          과 함께 클로즈업은 시간의 흐름을 중지시킴으로써 모든 감각을 대상자체로 향하게 하여, 그 대상에
          대한 섬세한 반성적 성찰을 가능하게 한다. 작가는 초시간적 속성으로 시적 정취를 만드는 클로즈업
          방식을 통해 응축된 통찰력으로 존재의 깊이를 볼 수 있기를 우리에게 기대하는 것이다.

          아울러 클로즈업은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낯선 시각을 보여줌으로써 사물을 생경하게 만든다.
          이러한 생경함을 통해 우리는 사물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며, 사물의 이면을 엿보게 된다. 클로즈업은
          전통적인 회화 영역이 아니라 사진과 영상 이후의 변화된 감수성에서 나타난 현대적 방식이다. 작가
          는 다른 장르의 화면구성방식으로 동시대 감수성을 자극하여 새로운 체험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 김기현, 로댕갤러리 수석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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