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2025 봄 누망전 2025. 3. 6 - 4. 27 진부령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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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의 들야에 향(鄕)  162.2×130.3cm, Oil on Canvas of Knife





           애정이 반영된 그의 그림들은 치열한 삶의 흔적들 보다는, 고즈넉한 자연 그 자체의 아름다움과 시적 정취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
           아가고 있다. 그것은 바쁜 일상에서 우리가 흔히 잊고 살아온 고향의 서정에 응축된 정감의 표현이자, 작가 자신에게는 예술을 통해
           인간애로 나아가고자 하는 실천적 에너지요 리얼리티이기도 하다.

           그가 포착한 대상, 즉 포구나 시골마을, 요동치는 푸른 바다와 심연의 하늘 등을 거침없이 화면에 담아낸다. 이때 그는 집이나 밭고
           랑, 들풀 등 개개의 생명체들을 나이프로 특징을 정확하게 형태와 색채로 재현하면서도, 이러한 대상들은 그의 직관에 의해 요추된
           상태로 우리 앞에 제시되어 경직된 구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색채는 자연 상태의 그것보다 생기롭고 경관은 수려하다. 언뜻 추
           상회화의 분방함이 화면의 기조를 이루는가 하면 화면 자체가 물감과 어우러져 평면회화로서의 존재론적 타당성을 확보한다. 각각의
           대상들은 서로의 자태를 뽐내는 듯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듯 하지만 어느덧 화면 안에서 서로의 가치를 존중하며 어우러져 있다. 그
           가 담아내는 자연의 피조물들은 윤기 가득한 풍요로움과 고향의 서정이 농축된 정감 있는 리얼리티가 병존한다.

           이와 더불어 그의 그림이 우리에게 지속적인 공감을 확보하는 이유가 또 한 가지 있다. 박태광의 그림에는 진실성을 바탕으로 작가의
           감흥과, 그림을 보고 우리가 느끼는 감흥이 서로 공명하는 어떤 힘 같은 것이 존재한다. 아마도 그것은 작가가 자연을 관조하는 가운
           데, 그 안에서의 인간적 삶을 원천적으로 긍정하는 눈빛과 체온 실린 붓질로 대상을 그려가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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