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 - 김선 초대전 205. 4. 16 – 5. 6 장은선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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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항아리, 빙렬감각(氷裂感覺)
“내 그림은 반드시 보아야 진가(眞價; 참된 가치)를 알 수 있다. 도공(陶工)의 마음 결을 평면 회
화로 표현하기 위해 물성과 일체 된 십여 년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나의 달항아리는 달처럼
둥글어지는, 달항아리와 하나 되는 물아일체적(物我一體)적 감각이다.”
- 김선 인터뷰 중에서
백자 달항아리를 평면 캔버스 위에 담백하고 순수하게 재현한 김선 작가는 <달항아리의 꿈>을
소재로 옅은 회백색과 푸른 에너지를 머금은 영롱한 빛을 빙열 효과(섬세한 갈라짐) 속에서 극대
화 시켜 왔다. 축적된 재료들의 혼합으로 자신만의 시스템을 만들고, 과학적인 재료학에 근거해
연구와 실천을 되새긴 결과다. 작가는 선조들의 정신세계까지 오롯이 ‘선과 형, 색과 빛’으로 표
현하고자 한다.
마음의 결, 빙렬 드로잉
미세한 뉘앙스를 가진 모두 다른 달항아리, 실제 김선 작가의 작품들은 다 비슷해 보여도 같은
형태와 색이 단 하나도 없다. 달항아리에서 풍요의 심상을 표현한다는 작가는 10여 년 이상을 실
제 달항아리와 유사한 평면성을 연구하기 위해 매진했다. 제목이 빙렬감각(氷裂感覺)인 이유는
달항아리를 ‘마음새-몸새-이음새’로 연결해온 작가의 투철한 태도를 감각적으로 느껴야 비로소
‘달항아리 보기’가 완성되기 때문이다. 빙렬의 크기 역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작아진다. 이
른바 시각효과, 미켈란젤로가 시대의 역작 <다비드상(david, a아카데미아 미술관 소장)>을 제작
할 때, 2미터가 넘는 조각의 시각효과를 고려해 머리를 더 크게 제작한 것과 같은 논리다. 달항아
리의 안정적 시야 확보를 위해 좁은 굽 위로 펼쳐낸 빙렬은 두텁고 크게 시작해 비대칭의 중심부
를 관통하면서 점차 작아진다. 상단부는 작고 미세하게 그려내 ‘감각의 층위’에 다양성을 부여한
것이다. 작가는 청년 시절 구상성 있는 다양한 장르를 그렸지만 내내 허무한 감성을 느꼈다고 고
백한다. 그러던 중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본 달항아리는 ‘마음의 결’을 따스하게 채워주었고, 이때
부터 시작된 자신만의 달항아리는 ‘실제 도공의 마음 결’을 좇아온 오랜 평면 실험의 결과를 완성
시켰다. 도자를 평면화한 듯한 작업, 초기 달항아리는 요철(凹凸)이 지금보다 두터워 ‘실제 도자
로 제작하느냐’ 혹은 ‘평면에 실제 도자를 붙인 것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한다. 작가는 이러
한 상식적인 물음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부조 같은 회화가 아니라, 평면을 고수하면서도 ‘얇디얇
은 빙렬의 미감’을 자신만의 시그니쳐로 부각시킨 것이다. 실제 작가의 작품을 만져보면 표면이
도자기와 같은 느낌을 준다. 조선 도공이 제작한 50센치 전후의 달항아리는 실패율이 높아 실제
세상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김선 작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 것이다. 이러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