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4 - 김길환 카메라둘러메고 떠나다 3권 촬영노트 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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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신묘막측(神妙莫測)
몇 번의 일정을 조정하여 박 선생님과 함께 설악산 촬영을 떠났다. 봄부터 벼르고 사업에 지장이 없는 공간을 통하여 일주일간 휴가
를 내어 설악산 소청산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신기루의 절경이 펼쳐지기 시작한다. 소청산장지기 말에 의하면 몇 년 만에 처음
보는 운해의 오묘한 광경이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당신들 가운데 누군가가 복이 많고 덕을 쌓은 사람이 있는가 보다고 중얼거린
다. 조금 전에 하산한 사람은 열흘 동안 있다가 카메라도 꺼내보지 못하고 내려갔는데 당신들은 오자마자 오묘한 광경을 볼 수 있으니
천운을 타고 올라온 사람들이라면서 부추기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사진 촬영차 설악산을 등정하지만 정작 사진다운 사진을 촬영하기란 쉽지 않다. 한 컷의 마음에 드는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서는 인내의 힘이 있어야 한다. 높은 산일수록 때론 새벽 4시부터 일몰 시까지 한 장소에서 기다리는 인고의 인내심도
있어야 할 때도 있다고 박 선생은 말한다. 일반 사진가들이 좋은 사진을 만들지 못하는 것은 미지의 광경을 놓고 하루 종일 기다리지
못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연륜과 경험과 프로 근성이 있어야만 견딜 수 있고 작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다.
설악산은 고지가 높고(1708m) 기온차가 심하여 언제, 어떻게 변화무쌍하게 변화할지 모른다. 운해로 산 전체를 덮어 보이다가도 금
세 상황은 변화여 하얀 솜털 위에 봉우리만 뽀족 뽀족 나오며 사이사이마다 운해가 넘실거리는 광경은 신묘막측하다.
일주일 여정 중 닷새간 촬영하고 30롤의 필름을 다 소진하고, 하산하여 속초에 황토찜질방에서 휴식을 취하며 국토종주를 한다는
중년의 여인을 만나 날이 새도록 이야기를 했다. 목표를 향하여 끈질긴 도전과 인내와 성취를 향하는 모습이 같기에 소통한다. 이번
사진 촬영 여행은 참으로 즐겁고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2006년 8월 29일
속초 황토찜질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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