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강명자 작가 (1968-2021) 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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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판화 작업

                  한국화의 기법을 아크릴 물감으로 동판에 적용한다. 동판은 촉감이 매끄러워 잘
                  흡수되지 않고 올라가지 않는다. 사포로 동판의 바닥을 한참 갈아서 가는 요철을
                  만든 뒤에야 물감이 올라간다.


                  동은 고금을 통해 우리의 삶에 매우 유익한 금속이다. 청동기시대부터 현대 산업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러하다. 또한 유럽의 고건축물 지붕에 덮여있는 동판은 오
                  래될수록 그 부식되는 변화과정과 부식된 후의 아름다운 색상들 자체가 예술품으
                  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한련화는 내가 어릴 때 뜰 안에 항상 피어 있었기 때문에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과
                  아련한 향수의 추억을 회상시키는 꽃이다. 한련화와 연의 둥근 잎에 사방팔방으
                  로 퍼져나가는 입맥을 그려 넣으면 힘이 솟아 순간적으로 연화세계의 기상을 느
                  낀다.


                  항아리는 우리 선조들의 오천 년 역사를 지켜온 끈기와 장인정신을 담고 있으며
                  내 그림에서는 항아리가 한련화의 뿌리와 줄기에 영양을 공급하는 등 삶의 원천
                  을 제공한다.


                  동판의 부식된 면을 주시하면 창세기의 혼돈 같기도 하고 변화무상한 현대의 군
                  상을 보는 것 같다.


                  나의 작품세계는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 정신, 과거와 현재의 공존에서 나타난 역
                  사의식, 그리고 새것의 창조와 부식된 헌것의 융합 발전 등을 염두에 두고, 사랑과
                  평화를 지향하면서 아름다운 한련화와 연을 동판에 묘사한 것이다.
























                  ⒸADAGP 사계, The four seasons, 40x40cm, copperplate, corrosion,  acrylic, epoxy,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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