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강명자 작가 (1968-2021) 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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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으로 동판이나 놋쇠판과 같은 금속을 배경에 두는 <혼합매체>시리즈가 등장하는데, 이 시리즈의 특징은 금속이 갖고 있는 부식

                   된다거나 번쩍이는 미묘한 물질성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이전에 개척해 왔던 다양한 기법들과 접목시킨다는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
                   써 작품은 보다 현대적으로 변모하게 되어 21세기적인 물질문화와 자연과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작품 <향수 1∼2>
                   의 경우 이러한 특징이 잘 드러나는데, 자연스럽게 부식이 이루어진 토대위에 정교한 필치를 통해 그려진 꽃밭이나 화병이 설정된다
                   는 것이다.


                   이러한 네 가지 시리즈들의 공통적인 미학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우선 첫째로 아름다운 색채를 들 수 있다. 작가가 사용하는 색채
                   는 자연에서 포착하였다고 하나, 우선 한국화에서의 채색화가 주는 우아하고 감각적인 오방색이 화면 위에서 미묘한 감성을 동반하
                   여 아름답게 펼쳐진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부드러운 곡선의 미학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꽃, 여인, 그리고 항아리가 갖고 있는

                   여성스럽고 풍만하며 자연스러운 싱그러운 곡선들의 조화가 우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데, 과도하지 않고 부드러운 서정적인 조화를
                   이루어 시각적인 궤와 맞닿아 있게 한다. 그것은 인간미와 여성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모성애를 보여주는 미학이라 하겠다. 셋째로는
                   그려진 이미지와 여백 그리고 사물이 배치된 공간의 조화를 들 수 있다. 작가는 항아리나 풍성한 꽃들이 그려진 공간과 배경이 되는
                   공간을 조화롭게 설정하여 시각적으로 편안함을 강조하고, 그 속에 섬세한 디테일이 강화되는 조화의 결정체와 같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결론적으로 작품들은 작가의 어릴 적 추억을 토대로 '부귀영화', '화목', '번창', '장수'를 바라는 규방 여인의 마음을 화폭에 듬뿍 담아
                   전하고 있다. 작가의 기억 속에 있는 소중한 추억 조각들은 해가 지날수록 도자기속에서 구수한 풍미를 더해가며 숙성되어 가고 있

                   다. 이렇게 이루어진 몇 가지의 화풍들을 통해서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시대적인 메시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도 현대의 물질문
                   명에 대한 담대한 발언이라고 본다. 그것은 휴식이자 안식이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시각적인 힐링이며, 정신적으로
                   풍요로운 어린 시절을 담아낸 향수 속에 펼쳐진 고향의 이미지들이며, 고달픈 현대인들에게 시각적인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융합예
                   술적 미학의 완성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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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웅 (전홍익대 교수, 미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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