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강명자 작가 (1968-2021) 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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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있다. 꽃과 새를 좋아하시던 부친에 대한 아련한 추억은 이미 어린 시절에 축적된 것이지만, 작가는 새삼 꽃을 매개로 자신의 내

                   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던 정서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이르면 작가의 꽃은 그저 객관적 대상의 성실한 표현이라는 기
                   능적인 것에서 벗어나 일정한 이야기를 지닌 의미 있는 상징으로 제시되게 된다. 결국 꽃은 바로 작가의 정서와 감성을 표출하기 위
                   한 매개 수단인 셈이다. 여리고 풋풋한 어린 시절의 추억과 감성은 찬연한 생명의 상징으로서의 꽃을 통하여 번안되고 해석됨으로써
                   개별화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꽃말이나 전설 같은 기성의 것이 아니라 작가 개인의 경험에서 배태되고 시간의 세례

                   를 거쳐 숙성된 것이기에 각별한 것이다.


                   작가의 작업은 진지하고 성실한 것이다. 더불어 화면 속에 표현된 꽃은 화려한 아름다움과 더불어 건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이
                   에 작가의 내밀한 추억과 감상이 더해짐으로써 단순한 소재주의적 발상이나, 지나치게 객관적인 재현에 집착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

                   는 경직된 표현에서 벗어날 수 있음은 긍정적인 것이다. 더불어 작가의 화면은 성실하고 진지함에 더하여 안온한 정감이 두드러지는
                   점이 장점일 것이다. 이는 단순히 조형의 기능적인 운용의 결과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대상인 꽃을 포함하여 자신이 마주하
                   고 있는 주변과 일상에 대한 작가의 정서가 그러할 뿐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 축적된 아련한 추억에 대한 회상과 반추의 본질이 그러
                   하기 때문일 것이다. 삶에 대한 애정과 건강한 인식을 바탕으로, 또 지난 시간에 대한 애잔한 회상과 추억은 분명 작가의 작업이 지니

                   는 장점일 것이다. 이를 수용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채색화라는 전통적 양식 역시 잘 부합되는 것이라 여겨진다. 만약 이에 더하여 대
                   상을 보다 과감하게 주관화하여 재해석하고, 이를 조형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면 작가의 작업은 또 다른 상황에 놓일 것이라 여겨진
                   다. 작가가 화면을 통해 보여주고 있는 건강한 작업 의지와 성실하고 진지한 표현은 이러한 기대를 충분히 담보해 주는 것이다. 작가
                   의 발전과 다음 성과를 기대해 본다.























                                                                                                             2021년 6월
                                                                                             김상철 (동덕여대 교수. 미술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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