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전시가이드 2023년 01월 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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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1004@hanmail.ne
                                                                   보도
                                                                          cr
                                                                     자료는
                                                                          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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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보도자료는  crart1004@hanmail.net  문의 010-6313-2747 (이문자 편집장)
                                                                전시
                                                                                                7 (이문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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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풀대는 모습이 딱 그 짝이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그 풍선인형은 매번 내 시선을 끌었다.
              어쩌다 풍선인형이 되고만 것일까?                              오갈 곳 없이 그 자리에 붙박혀 있지만, 누구도 모를 자신만의 곡조에 맞춰
              매일같이 다니는 헬스장이 있다. 꽤 오래 다녀 이제는 익숙한 그 공간에서      흥겹게 춤사위를 자아낸다. 보는 이 없어도 열정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24
            이날따라 단풍철을 맞아 나들이가 많아졌는지, 복작대던 운동기구도 한가했         시간 주유’ 간판 옆, 밤낮없이 일 년 내내 쉼표 없이 몸을 흔드는 거리의 춤꾼.
            다. 평소 알고 지내던 정민씨가 ‘사람도 별로 없고 그러니 언니 들어와 보라’     길다랗고 좁은 몸통에 한없이 긴 두 팔로 하늘도 떠 받들어 보고, 낭창대는 허
            며 은근히 에어로빅을 권했다. 아닌게 아니라 평소 과감한 노출과 세련된 복       리를 뒤로 넘기고 팔을 꺾고, 목을 꺾고, 꺾다 못해 휘두르고, 실시간으로 지나
            장으로 운동기구 사이를 가로지르던 에어로빅 회원들도 오늘만큼은 별로 눈         가는 차량을 향해 하루하루 공연한다.
            에 띄지 않았다.                                         오롯이 자신의 내부에 집중해 눈앞의 모든 것이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오지랖인지 주책인지 모를 숨겨진 본성에 따라 움직인 것인지, 몸 어딘가 웅     같아 보이는 무더운 날에도, 북풍이 세상을 집어삼킬 것 같은 추운 날에도 풍
            크리고 있었을끼를 발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홀린 듯이 들어가기로 마        선인형은 달라진 표정 없이 제 열정에 취해보였다.
            음먹는 건 순간이었다.                                    최근 볼 일이 있어 지나치는 길에 또 풍선인형과 눈 맞음을 했는데, 차량정체
              헬스장 한쪽에 자리잡은 에어로빅실엔 언제나 열정과 열기가 가득하다. 에       덕분에 잠깐의 감상시간을 갖게 되었다. 이제 풍선인형도 세월의 더께가 내
            어로빅이 시작되면 쿵쾅거리는 음악이 바깥까지 울려 퍼지고, 유리 너머로 역       려앉았음일까? 모터바람조차 더 이상 춤꾼의 열정을 북돋아주지 못하는 건지
            동적인 동작이 그림자 되어 비친다. 저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저리 요      긴 팔은 축 늘어져 몸통 중간에서 바람개비 돌리듯 흐늘흐늘 휘젓는 시늉만
            란법석하나 싶어 꽤 궁금하기도 했던 터였다.                        하고 허리도 아픈지 구부정정, 일순간 고꾸라지다 놀라 재우쳐 보도위의 낙
              몇 안 되는 참석자에 어색한 분위기도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성이는 나    엽을 쓸어내듯 겨우 넘김동작을 해냈다. 몸통도 이제 쉼터를 찾고 싶은 지 흔
            완 관계없다는 듯 금세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뭔가 아차 싶은       들흔들 노인네 체머리 흔들 듯 양옆으로 절래절래.
            순간, 그렇게 눈에 안보이던 에어로빅 회원들은 어디서 나타났는지 우르르 들         ‘참 그동안 수고했구나!’ 싶은 마음으로 풍선인형을 애닯게 쳐다봤더랬다. 그
            어와 턱하고 자리를 차지해 공간에 열기를 더했다.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에라    런데 능숙하게 절도 있는 동작을 일사불란하게 해내는 열정의 무리들 속에서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앞 사람, 옆 사람 동작을 흘낏거리며 열심히 훔쳤지만,      어정쩡하니 나풀대는 나의 몸짓 에서 불쑥 그 풍경이 떠오른 것이다.
            결국 풍선인형이 되어버린 것이다.                                풍선인형의 노고가,
              서대전 입구 가까운 한적한 주유소. 대다수의 사람들이 신경 쓰지 않고 지나       그 고독한 춤꾼의 창조행위가.
            치는 그곳엔 매일같이 춤을 추는 풍선인형이 있다.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한맥문학 신인상 등단(1994)      행복초대석에 게재된 작품은 『서양화가 함미애』 작가가 촬영한 캐나다 몬트리올 풍경입니다
                      •광주문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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