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권숙자 개인전 2025. 10. 1 – 11. 15 권숙자안젤리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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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에서는 인간이나 수목 미생물까지도 모두 창조적 생명체에 불과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인간은 자연과 어울리게 되고 동
                 질감을 갖게 되고 더 나아가서는 동일시되는 범주이탈의 미가 있다.


                 자연의 자연성이 지각에 의해 파악되는 형태가 본질적인 한계를 초월한다면 그것은 의식 한계의 집적(集的)이며 본연의 자세로
                 부터의 해방이다. 우리는 하늘이 푸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하늘은 무색이다. 물이 푸르다고 해도 물의 색은 무색이다.
                 하늘이 붉다고 해도 실제로 하늘의 색은 붉은 것이 아니다. 인간의 시각인지력에 의해 판단되는 일시적인 또는 자연의 현상을
                 보는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미술에 있어서는 철학적 논리를 초월하는 표현이 가능해진다.

                 들꽃과 같은 꽃술에 인간의 형상이 묘사되고, 인식적으로 작게만 생각되는 꽃잎이나 풀잎이 인간보다 더 크게 묘사되거나 섬보
                 다 더 큰 나무를 묘사하여 (섬을 지키는 나무)라고 명한다던지, 인간과 연계의 모든 물질이 동화되어 평화를 상징하는 많은 작
                 품들이 환상적인 구성력을 보이고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자연을 숭고하게 보는 가운데 객관적인 미의식을 찾으려는 정념(
                 情念)이 있다. 결과적으로 거대한 자연의 숭고한 것을 앞에 두고 느끼는 의식이 급격히 경탄(Admiration)을 일으킨다.


                 데카르트는 Admiration를 “놀라운“의 계기로 이해하고 어떠한 변화에 있어서 처음으로 일어나는 정념으로 이해했지만, 미술
                 에 있어서의 자연에 대한 경탄은 그러한 일과성은 아니다. 자연에 대한 놀라움은 우리가 살아있는 한 언제나 지속된다. 지속되
                 는 놀라움과 동시에 집중적으로부터의 해방감인 자연미의 체험은 무한한 감각이기도 하다.


                 거기에 따라 권숙자의 의식도 어떤 무한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곳에 자기의 존재에 대한 일종의 반성적인 감각을
                 동반하고 있는 것에서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자연의 위대함을 파악하는 동시에 자기를 축소하는 지각이기도 하다. 큰 자연과
                 작은 자신의 관계는 유열(愉悅)한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기때문에 과감하게 자신의 육신을 나무위에나 풀잎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객관적으로나 이치적으로는 부당하게 보이지만 자연으로 인한 무한대의 감각과 무한소(無限小)의 지
                 각으로 본다면 모순이라고 할 수 없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이따금 넋을 잃고 볼 때가 있다. 그때 우리의 영혼은 자연에 몰입되어 일체의 의지로부터 해방된다. 그리고
                 실천적인 관심으로부터 떠나 처음으로 미를 보게 된다. 그럼으로써 전체적으로나 세부적으로 다양한 의도가 구성체로 표현된
                 다. 근본적인 의지의 표상이다.
                 그것을 감상할 때, 우리는 호감을 느끼게 되고 자연의 미를 포착하지 못했을 때는 반발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이 도덕적인 문제는 아니다. 역시 전자는 미적 체험을 했을 경
                 우이고, 후자는 미적체험에 접근하지 못한 경우일 것이다. 우리가 미적 체험에 있
                 어서 할 수 있는 것은 자연에 대한, 예술에 대한 찬미일 뿐이다. 그것이 세부적으
                 로는 어떠한 이유가 제기될 수 있다고 해도 도덕적 반응과는 무연(無緣)하다. 다만
                 예술일 뿐이다. 권숙자의 무한소 의식이 풀잎보다 작은 인간으로 묘사했다고 해도
                 그것이 도덕적인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현대에 와서 현대인의 표현한계와 무능과
                 체험하지 못한 결점에서 오는 욕구불만이 예술을 파괴하는데서 만족을 얻으려는
                 파괴예술이 범람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무한소 의식, 그것은 한 차원 높은 미적의
                 식이며 독창적인 표현력일 것이다.




                                                                                               겨울 연가(Song of wimter)
                                                                                              53.0x45.5cm  Mixed Media

                 * 무한소(無限小) : 더할 나위 없이 작음. 극한값이 0이 되는 경우와 같은 변수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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