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 - 김용득 초대전 2025. 9. 3- 9. 30 콩세유미술관
P. 5
풍경이 그린 풍경
“풍경은 나를 통해 자신을 사유한다. 나는 풍경의 의식이다.”라고 말한 사람은 세잔느였다. 이 깊고 어려운 말의
뜻을, 통영의 화가 김용득의 그림을 보며 조금 알 것도 같다고 느낀다. 통영의 풍경은 김용득의 그림을 통해 자
신을 사유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김용득의 그림은 통영의 의식이며, 통영의 풍경의 의식이다.
그림에 전혀 문외한인 한 평범한 관람객의 눈에 비친 통영과 김용득의 그림의 관계는 이러하다.
통영의 작은 섬에서 나고 자랐고, 젊은 날 출향(出鄕)했다 다시 돌아온 화가 김용득에게 통영의 풍경은 아름다운
낭만의 소산이 아니다.
통영 앞바다에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혹은 상처처럼 박혀 있는 섬들, 그 섬들에 붙박여 파도처럼 너울대며 살아
가는 사람들, 먹고살기 위해, 자식을 가르치기 위해 바다로 나가는 아버지의 조그만 배들, 이 연약하면서도 강인
한 풍경 속을 언제까지나 떠나지 않겠다는 듯 날아다니는 새들, 파랑, 초록, 빨강, 노랑, 분홍 등의 바다와 섬과 집
과 사람의 선명한 빛깔들…….
이 뭉클하고도 따뜻한 그림들은 통영의 풍물과 삶의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통영이 그동안 말해 왔으나
충분히 전해지지 못 한 사연들을, 이미지들을, 감각들을 받아쓰고자 한다. 김용득의 그림이 통영의 의식이며, 통
영의 풍경의 의식이 되는 방식은 고단하고 비루한 삶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것에 의해서다. 그 고단하고 비루한
삶이 모여 이루어낸 풍경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그는 보여준다. 우리가 느끼는 바와 같
이, 이 아름다움은 사람과 삶에 대한 숙연한 경의(敬意) 없이는 소유할 수 없는 종류의 것이다.
- 김 수 이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