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 - 이화진 개인전 2024. 12. 4 – 12. 12 아르떼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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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꿈 Dream of Desire 90.8 x 65.2cm, Mixed Media on Canvas
- 작가노트 -
나는 유년시절부터 들에 핀 꽃이나 갈대밭을 좋아했고 하늘을 보며 구름과 별과 달을 사랑했다.
어렸을 때 르느와르의 <물뿌리개를 든 소녀>에 매료된 것이 내가 평생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다. 초등 학교 시절부터 여
러 미술대회에 나가 수상을 하였고 문교부 장관상을 받은 그림이 교과서에 실리는 기쁨도 있었다. 살아오면서 나의 생각, 느낌,
삶을 글이나 말로 표현하는 데엔 서툴렀지만 그림으로 표현하는 데에선 희열을 느꼈고 그림만이 내가 사는 궁극의 이유인 듯이
살아왔다. 고전음악과 자연은 내 삶 속의 친구, 위로가 되었고 종교와 함께 그림은 삶의 고난들 속에서 나를 일으켜 세우는 버팀목
이었다.
전시회를 열기 시작한 초창기엔 사실적인 정물, 풍경을 수채화로 그렸지만 나는 곧 사실을 묘사하는 데엔 흥미를 잃고 반추상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때로는 완전한 추상도 그렸지만 대중과 더 쉽게 소통하기 위해서는 구상적인 요소가 필요하기도 하였
다. 팔순의 나이가 되도록 살다 보니 삶에서 많은 것들을 수용하기도 했지만 끝까지 잊지 못 할 것 같은 것들도 있다. 그래서 삶과
죽음을 초월하는 것도 생각하지만 추억, 그리움, 회한도 깊다.
나는 그림으로 시를 쓴다. 때론 표현이 즉흥적이기도 하고 정제되기도 한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상징하는 꽃, 우주를 상
징하는 달, 영원성을 좇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하는 피라미드를 형상화하거나 인간과 사랑 등의 감정을 기호화 하여 표현하면서
나도 그 세계 속에 빠진다. 내 그림이 바쁘고 고단한 삶에서 잠깐 비켜 서서 휴식과 위로의 시공간을 갖는 데에 작게나마 기여하
게 되길 바래본다.
- 2024년 12월에, 이화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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