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샘가 2023. 9-10
P. 56

순리


               가을 낙엽은
               곱게 화장하고
               땅으로 내려옵니다.

               계절이
               색칠해 준
               저마다의 색으로


               여름내
               가꾸어 온 색
               인색함 없이

               다 내어놓고
               고운 옷 입고
               땅으로 내려옵니다.


               땅에서
               태어나
               한 번도 이사하지 않고
                                            모진 풍파에도
                                            떨어지지 않고
               뜨거운
                                            나무를 지키다 스스로 떨어집니다.
               태양에도
               한 번도 배반하지 않으며
                                            지켜온 나무에
                                            마지막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고


                                            생의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와 나무를 살리고
                                            낙엽은 땅이 됩니다.

                                            김필곤 목사
                                            (열린교회 담임, 기독시인)








          54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